제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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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 조성호 기자
  • 승인 2019.01.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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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혁명시대는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다.’

이 종 호, 과학국가박사, (사)한국저술인협회회장

I. 머리말

인류의 문명은 세 차례의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고 설명된다. 이러한 변화를 토플러(Alvin Toffler)는 제1물결, 제2물결, 제3물결로 정의했으며 다니엘, 벨(Daniel Bell)은 농업사회, 산업사회, 탈(脫)산업사회로 개념화했다. 여기서 제2물결 혹은 산업사회로의 진입을 촉발한 사건이 바로 산업혁명(The Industrial Revolution)이다.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1884년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의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강의』가 출간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세계인의 화두가 되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래학자 어느 누구도 이를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섰다고 말했을 때 이 말의 진의를 곧바로 이해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으면 마치 원시인처럼 여겨질 정도다.

이런 변화는 2016년 3월,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등장한지 2개월 후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구글사의 ‘알파고(AlphaGo)’가 세계 바둑계를 10여 년 간이나 평정했던 이세돌 구단(九段)과의 대국으로 촉발된다. 대국 전까지만 해도 이세돌이 알파고를 간단하게 제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론은 5전 3승제에서 이세돌이 1승 4패로 완패했다. 비로소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 즉 인공지능으로 가득 찬 세상이 우리 주위에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인간에게 유용한 문명의 이기 대부분이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먼저 태어난 후 출현했듯이 인공지능도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태어났다. 역사적으로 인간들은 인위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 비상한 능력을 발휘했고 인간들의 생활을 문명시대로 불러들인 제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똑똑한 인공지능과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마련할 정도로 발전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1892년 ‘발명왕’으로 알려진 에디슨에 의해 세워진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수익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GE는 세계적인 제조업체로 송전, 전기모터, 항공장비, 에너지, 금융, 가스, 헬스케어, 기관차, 오일, 무기 등이 주력사업인 세계적인 제조업체이다. GE는 2014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출액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순위에서 27위, 미국 500대 기업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으며,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순위에서는 10위,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6위를 기록을 정도로 미국의 간판스타 기업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GE는 제조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 판매로 전체 매출액 5%를 얻고 있는데 이 5%에서 얻는 수익이 GE 전체 수익의 75%를 차지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는 <GE 모니터 진단센터>의 창설 일자가 5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간판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은 GE 생산제품에 전략적인 소프트웨어를 장치했기 때문이다. GE는 민간 항공기 엔진의 60%이상을 제조하고 있는데 엔진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 <GE 항공운항 지원센터>를 통해 24시간 실시간으로 엔진 상태를 점검하고 정비가 필요한 시기를 미리 예측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판매자가 ‘갑’이 아니라 구매자가 ‘갑’이란 인식을 심어주었다.

GE의 가스터빈 공장도 전 세계 10,000여개의 화력발전소 가스터빈을 만드는데 이곳의 마지막 공정은 250여개의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센서도 <GE 모니터 진단센터>를 통해 제품의 오류 및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므로 구매자들로 보아서는 철저한 AS에 한걸음 앞장설 수 있다. 더불어 기존에 판매된 제품에도 이들 기술을 접목하여 GE는 전세계 제품 생산 전반에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를 결합했다. GE의 이러한 새로운 산업 장르의 길로의 변환이 근간 화두가 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실체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GE가 단 5년에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는 말은 그동안의 제조업체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의 과정에 맞추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인간 생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과거의 산업혁명은 인간 개개인과는 커다란 관련이 없다. 인간이 아닌 기계 물질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기계 기술에 의해 인간에 유익한 이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엄청난 능력을 인공지능 로봇 등과 공유하여 인간에 유익한 것으로 대처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세상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택시를 탈 때에는 우버(Uber)나 리프트(Lyft), 카카오택시(Kakao Taxi) 같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사용한다. 오프라인 택시에 온라인 기술을 적용한 우버는 랙러릭 트레비스가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하여 기존 택시 서비스의 영역을 일반인이 자신의 개인 자동차를 택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오프라인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기업은 2010년에 탄생했는데도 현시가로 무려 680억 달러에 호가하여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한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여파는 빠지지 않는다. 전국 어디에 있는 주민센터에서 신원만 확인되면 거주지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행정서류들을 곧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근접 버스의 도착 시간을 알 수 있으며 고속도로에서 핸드폰으로 어느 구간이 정체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열린 5월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전국 어디에서곤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면 선거할 수 있었는데 이는 빅데이터로 전국민의 지문 등이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1차, 2차, 3차를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능력이 지칠 줄 모르고 향상되었다는 것을 뜻하고 4차 산업혁명은 이들을 토대로 보다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틀에서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 숨가쁘게 뛰어 온 인공지능(A.I.) 로봇과 인터넷이 보다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세계로 향한다는 것을 큰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3차와 4차 산업혁명의 차이는 3차 산업혁명에서 인간과 기계간의 흐름이 전통적인 주종관계인 수직적 모델이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인공지능(A.I.)을 발판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수평적 관계로 뭉치는 네트워크형이 된다는 점이다.

 

II.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016년 ‘올해의 과학 5대 사건’에 알파고를 포함시켰다. 순수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가 바둑 고수를 꺾었다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언스>가 알파고를 선정한 것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이야말로 앞으로 인간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결정적 사건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그동안 지구상에서 연출되었던 1차, 2차, 3차 산업혁명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3차례의 산업혁명이 인간의 현대 문명을 견인하던 산업혁명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세계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하지만 보다 차원 높은 발전으로의 변환을 예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이승민 박사는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세상은 과거 캄브리아기 대폭발 시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갖고 올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지금으로 부터 약 5억4300만 년 전부터 약500만년 동안 지구의 생명체가 고속 진화를 일으켰는데 이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 부른다. 영국의 고생물학자인 앤드류 파커 박사는 바로 이 시기에 생물체들에게 ‘눈’이 생겨 ‘빛’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 ’눈의 탄생’이 캄브리아기 생물의 생명 대폭발(빅뱅)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인공지능(A.I.)에게 새로운 눈이 첨가되어 과거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같은 폭발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알파고와 이세돌간의 세기의 바둑 대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인공지능은 이제 ‘딥러닝’과 같은 알고리즘으로 무장하여 새로운 시대로 진격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그동안 인간이 알고리즘을 이해하여 컴퓨터(로봇)에게 주입시켰지만 이제는 기계의 알고리즘이 인간을 이해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얼마나 큰 파장을 갖고 올 수 있는가는 다음으로도 알 수 있다.

과거 로마 제국은 전체 세계 영토의 3.64%, 중국 청 왕조는 전세계의 9.87%를 차지했다. 전세계를 자국의 식민지로 편입시킨 대영제국은 22.63%, 아시아를 통합했던 몽골제국의 영토 장악력은 22.29%에 불과하다. 인류 사상 가장 거대하다는 제국들도 25% 미만의 영토를 갖고 세계를 좌지우지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구글의 모바일기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OS 점유율은 거의 76%나 되며 국가별 검색엔진의 90%이상을 구글이 차지하고 있고 <페이스북>의 국가별 SNS의 점유율도 80%에 달한다. 현 단계에서 과거의 제국주의보다 큰 힘을 글로벌 기업들이 대체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 말은 국가 체제로는 새로운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에는 순발력 있게 따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대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화가 되면 컴퓨터 파워는 엄청난 베타 수준으로 간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과거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규모로는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인공지능은 한 기업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인간의 노동구조는 산업혁명 이후 세분화, 전문화시키는 작은 프레임 하에서 작동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현재 인간이 만들어 낸 세분화된 구조를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산업 시스템 전반과 인프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그 단초를 알파고와 이세돌간의 바둑 대결로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알파고가 바둑의 고수인 이세돌을 4승 1패로 물리친 것은 그동안 비밀로 싸여있던 인공지능의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말은 현재 개발된 알파고의 능력과 같은 혁신이 보다 업그레이드되면 제4차 산업혁명으로의 진행이 보다 빠른 속도로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한다.

 

① 알파고 승리의 의미

1960년대부터 컴퓨터 상에 바둑 프로그램이 등장했으며 일반적으로 컴퓨터 바둑을 아마 5급 정도 수준으로 평가했는데 2008년 경 아마 5단 정도로 급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둑 프로 기사들에게 대항할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장착한 ‘알파고(AlphaGo)’가 등장했다. 딥마인드는 2010년 영국에서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들이 스타트업으로 설립했고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시점은 2014년 1월이다. 딥마인드는 나름대로 바둑 고수들과 대국을 벌여 자신을 얻자 2015년 유럽바둑챔피언인 판후이에 5전 전승을 거둔 후 10여 년 동안 세계 최정상으로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둑이 기존 체스와 달리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 알려진데다 상상력과 직관력이 필요한 바둑이란 게임이므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도전해나가야 할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인간과 컴퓨터가 대결하는 것이지만 5전 3승을 기본으로 승자가 100만 달러를 받는다는 조건이다. 도전장을 흔쾌히 받아드린 이세돌은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을 꺾을 당시의 기보를 본 후 아마추어 최고수준으로 볼 수는 있지만 자신과 붙을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알파고의 기력을 프로 3단 전후로 파악한 후 5-0으로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4-1로 이기는 것은 이변이며, 3-2로 이기는 것은 아주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알파고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아무래도 인간의 직관력과 감각을 인공지능이 따라오기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에 알고리즘 설명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이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까지는 아닌 것 같다.”

바둑의 고수들은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이기지 못할 이유로 다음 5가지를 들었다.

① 프로그래머들이 알파고가 대국 중 열을 받을 수 있게 입력했는가이다. 이세돌9단은 ‘인공지능의 신기루가 물거품처럼 사라질지 모른다’고 다소 약을 올렸는데 이는 권투에서 대결을 앞두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것과 비슷하다. 알파고가 사람과 같은 수준이라면 열을 받거나, 아니면 속으로 무시하거나 어떤 식으로든지 심리적인 반응을 나타내야 하는데 알파고 프로그래머들이 그런 정도까지 알파고에게 입력시킬 수 있었느냐는 뜻이다.

② 프로기사 고수들이 바둑을 둘 때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는 응수타진이다.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는 것으로, 단순히 집을 더 얻고 싶다거나, 아니면 세력을 넓히겠다는 정상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 전투가 벌어지는 곳과는 전혀 엉뚱한 곳에 돌을 놓음으로써 상대방이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졌는지 떠보는 일반적인 전략인데 과연 알파고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가?

③ 바둑에서 매우 중요한 전법 중 하나는 사석(捨石) 작전이다. 사석작전은 나의 돌을 몇 개 버리는 대신, 다른 쪽에서 더 큰 이익을 얻는 작전이다. 사석작전을 모르면 하수(下手)이고, 이해하면 중수(中手)이고, 적극 활용하면 고수(高手)라고 말하는데 알파고가 과연 고수가 활용하는 사석작전을 구사할 수 있느냐이다. 이 말은 역으로 이세돌이 사석작전을 벌릴 때 이에 안 걸려 들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

④ 프로기사들은 판세가 너무나 불리해서 도저히 역전시킬 가능성이 없을 땐 옥쇄(玉碎)를 한다. 자기의 대마가 일부러 죽도록 돌을 놓아서 불계패를 자초하는 일이다. 알파고가 과연 너무 불리해서 도저히 역전시킬 가능성이 없을 경우 판을 끝내기 위해 돌을 던지는가?

특히 알파고는 한국의 인터넷 바둑 사이트인 타이젬(tygem)에 들어와 프로기사들과 바둑 두는 연습을 했다. 알파고와 인터넷 바둑 대국을 검토한 국내 프로기사들은 초반 포석 단계에서 프로기사가 일부러 엉뚱한 곳에 돌을 놓았을 때 알파고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이세돌과 같은 고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 승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6년 3월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세돌이 1승만 건진 1승 4패로 100만 달러의 상금은 알파고가 차지했다. 그야말로 인간의 마지막 보루 즉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간이 컴퓨터에게 패배할 수 없다고 장담한 바로 그 바둑 분야에서 최고의 고수가 완패한 것이다.

알파고의 물리적 실체는 그야말로 놀랍다. 알파고에는 무려 1,202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176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고 1,000대 서버를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GPU는 특이한 구조로 컴퓨터 게임을 예로 든다면 3차원 그래픽을 표시하기 위해 화면에 수천, 수만 개의 선, 면을 그려 내기 위한 연산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CPU는 하나의 계산을 빨리 해내는 방향으로 발전한 반면 GPU는 하나의 계산은 그렇게 빨리 하지 못하지만 느린 속도라도 동시에 두 가지, 열 가지, 백 가지 계산을 동시에 해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CPU가 더 복잡한 계산을 잘 해내기 위해 진행했다면 GPU는 단순한 계산을 잘 해내기 위해 진화했다

CPU에 GPU의 결합은 인공지능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었다. 인공신경망은 신경세포 역할을 하는 단위 하나하나의 연산은 매우 간단하다고 볼 수 있지만 많은 숫자가 모일 때 복잡한 학습이 필요하다. 이 말은 간단한 계산 여러 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GPU의 특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GPU 특성을 잘 활용하면 복잡한 수라도 연산을 하기에 유리한데 구글이 바로 그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다.

GPU는 컴퓨터 계에서 매우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중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대학교나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것인데 GPU 프로그램은 컴퓨터 게임회사가 게임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컴퓨터 게임이 등장할 초창기 슈팅게임을 보다 재밌게 만들기 위해 <앤비디어>란 게임회사에서 개발한 이후 게임의 기본 알고리즘으로 변하면서 계속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극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CPU에 GPU를 함께 구성하면 CPU만 탑재한 것보다 수십 배 연산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컴퓨터를 작동시킬 때 발생하는 열도 적어진다. 알파고가 사용한 알고리즘의 CPU와 GPU(176개) 규모만 따지면 현재기준으로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수준에 불과하다(약 100억 원 상당). 알파고의 CPU 한 대당 1초에 1,000회 이상 시뮬레이션을 하며 서버는 여러 대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분산 처리하는 방식(클러스터)을 따른다. 이세돌 9단은 프로와 준 프로 바둑기사를 합쳐 모두 1,202명의 협업 플레이를 상대했다는 설명이다.

② 이세돌 기보를 보지 않은 알파고

알파고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래하는 것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알파고 측은 논문에서 감독 학습에 의한 고수의 ‘다음 수 맞히기’ 학습과정에서 알파고는 55% 정확도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알파고는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무려 3,000만 개에 달하는데 착점을 검토했는데 250수로 진행되는 대국을 첫 수부터 맞히기로 했다면 이미 12만 판에 대한 학습을 마친 것이다. 하루 종일 30분씩 대국을 두더라도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알파고가 이세돌의 기보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처음부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불공정했다는 말이 많았다. 알파고는 1,202대나 되는 컴퓨터로 무장되어 갑옷도 입지 않은 이세돌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알파고는 이세돌이 대국한 모든 기보를 알고 있는데 이세돌에 알려진 알파고의 실력이란 아마추어인 판후이와의 대국 5개 기보가 전부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의 실력을 모두 알고 있는 알파고와의 대국은 불공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알파고가 이세돌의 기보를 별도로 연구하지 않았다는 말을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알파고가 이세돌의 기보를 연구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중요한 것은 바둑 계가법인데 이들의 대국은 중국 룰에 따라 덤 7집 반으로 결정되었는데 한국 룰은 덤 6점 반이다. 프로 고수들에게 반 점도 매우 큰데 1점이라면 대단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이세돌이 대국한 덤 6집 반의 기보는 알파고에게 치명상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상세 검토가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물론 알파고가 한국의 바둑프로그램 타이젬과 바둑을 두면서 실력을 쌓았으므로 한국의 흑백간 덤 6.5점을 몰랐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세돌의 기보를 참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의 대국에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장단점을 모르고 대국에 임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세돌이 알파고에 질 수밖에 없는 불리한 대결 조건으로 경기를 벌였다는 것인데 알파고와 각각 2시간을 사용하는 대국을 벌인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추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알파고는 속기에 약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알파고와 아마추어 고수 판후이와 5판을 두어 전승했다고 알려지는데 실제로는 10판을 두었다. 그런데 판후이와 대결에서 30초 당 한 수를 두는 속기 바둑에서 알파고가 2판을 패했는데 각자 1시간의 대국에서는 5전 전승을 거두었다. 반면에 이세돌과의 대국에서는 각자 2시간이었다. 속기에서 알파고가 갖고 있는 약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세돌이 알파고와 속기로 두었다면 승패가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하튼 알파고의 재능이 알려지자 바둑계는 발 빠르게 바둑의 활성화 대책을 강구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각종 바둑 대회에 참여토록 하는 것으로 이는 바둑 관계자들이 바둑 프로그램인 A.I.를 바둑 선수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은 알파고에게 프로바둑의 최고수를 의미하는 프로기사 구(九)단증을 수여하여 알파고의 바둑 실력을 인정했다.

 

III. 제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바둑 세계 최강이라는 이세돌에 승리하자 곧바로 수많은 지구인들이 우려감을 표명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컴퓨터가 사람 말을 알아듣게 되면 모든 운영체제를 대체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인간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자리의 축소에 대한 대비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서면 지구의 지배자였던 인간이 강력한 인공지능과 생존 경쟁을 펼치게 되어 인간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노동->소득 발생->소비->기업의 투자->고용->노동’으로 이어지는 현대 경제 매커니즘이 해체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모든 면에서 인간들에게 혁신을 불러 온 과거의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궁극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다보스 포럼에서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에 제리 캐플런(Kaplan) 미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도 동조했다. 기계가 단순 노동에서 한 차원 높은 지적 노동까지 대체한다면 결국 수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 로봇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캐플런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을 제2차 산업혁명 때 인류가 겪었던 ‘공장화’, ‘자동화’의 연장선으로 봤다. 공장 내 근로자들을 기계가 대체했듯,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요즘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그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하는 일자리 범위가 단순 노동에 그치지 않고 변호사, 의사, 교사 같은 지적(知的) 노동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 로봇이 숙련된 노동자들을 몰아내고 교육받은 사람들의 일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주장은 간명하다. 우선 제4차 산업혁명 기간 동안 많은 혁신이 거듭되면서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종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조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여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더라도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 결국 일자리 문제는 개개인의 능력여하에 달렸다는 주장이다.

① 사라지는 일자리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인공지능으로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말에 실감이 잘 오지 않으며 나와는 상관없는 남 얘기처럼 들린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자리의 상당 부분 이미 ‘A.I.의 공격’을 받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한마디로 A.I.가 조금조금 인간을 대체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능력이 어디까지 펼쳐질 것인가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사람들은 없지만 상당부분 인간의 지적 분야까지 진출할 것에는 의심하지 않는다.

미래의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명의 사람과 1마리의 개만 있으면 된다는 농담이 유행처럼 생겨났다. 개는 아무도 기계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에서 필요하며 사람은 개를 키우는 역할이다. 이 말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가 엄청난 변화를 갖고 온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취업 예정자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앞으로 사라질 일자리에 촉각을 보인다. 사라질 일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설계하는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홍보대행사 <웨버샌드윅>과 <KRC 리서치>가 미국·영국·캐나다·중국·브라질 등 5개국의 소비자 2,10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은 A.I.에 믿고 맡길 일로 투약 알림·여행 길 안내·오락·맞춤형 뉴스 찾기·육체노동을 꼽았다. 이런 결과는 A.I.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활약할 수 있는 범위가 예상보다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가 2016년 1월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A.I로 인해 향후 5년간 약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이다. WEF가 발간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의하면 200만개가 새로 생기지만, 대신 710만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미래학 전공인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2012년 터키에서 열린 TED 강연에서 2030년까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약 5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10년마다 약 25%의 직업이 바뀐다는 점을 고려하면 WEF나 프레이 소장의 예견은 폭탄과 같다.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710만 개의 직업 분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화이트칼라 사무직(476만개)’이 전체의 67%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보였다. 제조업(161만개)이 22.6%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고, ‘건설·채광 분야(50만개)’가 7%, 미술·디자인·엔터테인먼트·스포츠·미디어 등 분야(약 15만개)가 약 2.1%, 법률 분야(11만개) 1.5%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결론은 손재주나 협상이 필요한 일을 제외한 상당수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보다 앞선 예언을 내놓았다. 2025년에 일반 로봇 즉 산업용 로봇이 대체하는 일자리 수는 4,000만〜7,500만개인 반면 지능형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술은 1억1,000만〜1억4,000만개 정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반면 새로 고용창출이 될 200만개의 일자리 분야는 ‘경영·재무 운영 분야(49만개)’ 약 25%, ‘관리감독 분야(41.6만개)’ 약 21%, ‘컴퓨터&수학 분야(약 41만개)’ 약 20%, ‘건축·엔지니어 분야(34만개) 17%, ‘영업 관련 분야(30만개)’ 15%, 교육관련 분야(6.6만개) 3.3% 순이다.

보다 충격을 준 자료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2013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이다. 옥스퍼드 대학은 컴퓨터화(化) 속도와 노동자의 임금 등을 종합하여 702개 직업에 대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 순위를 매겨 발표했다. 인력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0에서 1 사이의 숫자로 표시했는데 1에 가까운 직업일수록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정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텔레마케터, 보험업계 종사자, 시계 수리공 등은 0.99로 ‘인공지능에 내줄 일자리’ 1순위로 나타났다. 현재 영국에서 연간 소득 19,768파운드(약 3,500만원)를 벌며 살아가는 텔레마케터의 규모는 43,0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의 대체 가능성이 90%가 넘는 직종은 총 51개에 이른다.

20년 안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15개 직종의 일자리 수는 1,527,000개로, 현실화될 경우 높은 실업률로 이어져 큰 사회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컴퓨터 입력요원, 은행업무, 회계업무, 법률비서, 경리, 검표원, 회계사, 보험사, 공무원의 행정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BBC는 사무직 노동의 약 50%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NGO 사무직도 이에 포함된다. 스포츠 심판(0.98)도 곧 없어질 직업으로 꼽혔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인공지능 심판’을 준비 중이이다. 과거에도 시범적으로 도입해보았지만 너무 고지식하여 재미가 없다는 지적에 연기되었는데 이를 보완하여 재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예시한 것 중 특이한 것은 여성 일자리 수가 남성 일자리보다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인 과학이나 컴퓨터공학, 수학, 건축, 엔지니어 분야는 현재 주로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로, 보고서는 남성이 직업을 잃는 속도보다 여성이 직업을 빼앗기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설명이다. 여성은 비교적 사무행정직에 많이 고용되고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에서는 여성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데 인공지능 도입으로 가장 빠르게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분야는 바로 STEM 분야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남성은 4개의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동안 하나의 일자리를 차지하게 될 수 있는 반면, 여성은 일자리 20개를 잃어버리는 동안 하나의 일자리를 얻게 된다는 분석이다. 보다 구체적인 예로 1984년에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여성의 비중이 37%에 달했으나 점점 비율이 떨어져 현재 미국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중은 24%이다. 10년 후에 22%로 보다 떨어진다는 예상이다.

 

② 사라지지 않을 일자리

컴퓨터 시대가 50여 년 전에 등장했는데도 거의 20년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인터넷이라는 컴퓨터 공간이 열려진 것을 보아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근래 온라인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이들 대학에 교수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직장이 새로 생겼다. 현재 폭발적으로 활용되는 소셜미디어 마케팅도 예상치 못한 직업임을 보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미래 예측이 어려운 일이라고는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열차가 이미 출발한 상태에서 사라질 일자리보다 사라지지 않을 일자리와 새로 생길 수 있는 일자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러 전문기관들이 각자 조사하여 발표한 내용이 일관적인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똑 부러진 전망이 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이들 발표는 미래의 일자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옥스퍼드 대학이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해 발표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는 사라지지 않을 직업에 대해서도 예시했는데 그 첫 번 째 직업 즉 어떤 경우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 1순위로 레크리에이션 치료사(0.0028)를 뽑았다. 이들의 직업이 왜 안정적이냐는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일은 인공지능의 역할 밖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작곡(사)가, 만화가, 클래식 연주가, 배우 등 예술 영역(0.042)도 컴퓨터로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다. 수목관리원(0.0081), 치과·내과·외과 의사(0.004), 성직자(0.0081), 교사(0.0095), 사회복지사(0.033) 등 손재주·협상·봉사와 관련된 직종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 카메라맨, 아나운서, 큐레이터, 디자이너, 인류학자, 문화해설사, 초등학교 교사, 바텐더, 국가대표 운동선수 등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ㆍ미용사도 사라지지 않는 직종으로 분류된다. 수많은 사람의 머리형태를 지능형 로봇이 모두 관장하기 위해서 엄청난 정보를 입력시키려면 로봇의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물론이다. 비싼 로봇대신 인간 이ㆍ미용사와 세상을 논하면서 머리를 단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머리를 감아주는 로봇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경제성이 없어 폐기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쉬울 것 같은 통계 분야 직종(0.35)보다 오히려 컴퓨터 프로그래머(0.48)가 더 위태로운 직종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판사의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에 반해 변호사는 상당한 문제점을 제기한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변호사가 법원에 가지 않고 레시트바이저(Rechtwijzer)라는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웹사이트에서 소송하는 온라인 소송이 적용됐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분야는 이혼소송으로 갈라서는 두 남녀가 마주치기 싫은 현상을 반영하듯 온라인 소송이 봇물을 이룬다. 웹 사이트에는 이혼소송의 5개 단계를 적시하기만 하면 된다. 가 한 눈에 잘 들어온다. 소송 당사자는 실제 이해관계를 토대로 각 구성원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을 입력하도록 했다. 레시트바이저는 자녀 양육, 주택의 분할, 재산분할, 양육 수당 등을 표시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혼판결이 나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릴 정도로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판사나 변호사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같은 법조계라도 변호사(0.35)보다 판사(0.4)가 사라질 직군에 더 가깝게 나타났다는 설명이지만 인공지능의 역할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인간이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며 전문 법률가가 보다 정확하게 분쟁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연구소가 예측한 사라지지 않을 직업에서 첫 번째는 아트 디렉터이다. 이어 야외강사, 아나운서, 아로마 테라피스트를 지적했는데 5번째로 강아지 훈련사가 포함되었다. 6번째 의료 사회복지사,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화 카메라맨, 영화 감독도 가세했다.

한국의 경우 일자리 소멸의 예측 조사에서 외국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외국의 대부분 전문가들은 전문직 중에서 회계사·조종사의 대체 비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두 직업은 업무가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는 특성 때문에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꾸준히 지목돼왔다. 그러나 <한국고용정보원>은 회계사는 법·제도에 대응해야 하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조종사는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투자·신용 분석가, 자산 운용가, 변호사 등도 대체 비율이 30% 미만으로,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분류됐다.

의료 분야에서도 많은 사람이 인공 지능의 대체로 직장을 떠나겠지만 사실 인공지능이 차지하기 가장 어려운 직종 중 하나가 의료 분야이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인간 등 생명체를 다루는데 여기에는 문제 해결 능력과 상호작용 능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전문화할 경우 오히려 가치성이 높아진다. 엑스레이 분석은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고소득 직종인데, 인공지능 로봇이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사 결과 등을 환자와 상담하는 일까지 로봇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으므로 전문직 의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동아사이언스의 한세희 기자는 인공지능(A.I.) 로봇의 여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를 언론 기사를 기준으로 직업의 전망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현재 데이터를 수집해 매끈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로봇 저널리즘이 이미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지진이 잦은 미국 서부 지역을 주무대로 하는 <LA타임스>는 지진 발생 보도에 로봇을 활용한다. 미국 지리조사청(USGS)이 지진 정보를 감지하고 이 데이터를 API 형태로 제공하면, 신문사의 ‘퀘이크봇’이 진도와 발생 시각, 지점 등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즉시 기사를 작성하는데 2014년 3월 로스앤젤리스에서 강도 4.4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LA타임스는 8분 만에 속보를 낼 수 있었다. 이 당시 인간 기자는 최종 확인만 하고 ‘발행’ 단추만 눌렀다. 한국의 경제지 <파이낸셜뉴스>도 2016년부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증권 시황 기사를 내고 있다. 한 세희 기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단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조하게 사실을 전하는 기사,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 기자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증권, 기업 실적 등은 데이터가 정형화돼 있고, 충분히 많이 쌓여 있을 뿐 아니라 기사 형식이 제한적이라 로봇이 기사 쓰기 좋은 분야이다. 현재 로봇은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다 복잡한 기사도 자연스럽게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 기자는 단순 기사 작성은 로봇에 맡기고 보다 깊이 있는 분석, 풍부한 스토리, 성찰과 감동이 담긴 이야기들을 찾고 만들어내는 일에 매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자잘하고 비슷비슷한 보도자료 처리에 치여 정작 중요한 기사는 쓰지 못 하는 현대의 기자들에게 로봇은 오히려 좋은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 희생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로봇기사 송고회사인 <저너틱>과 제휴하며 기자 20명을 정리 해고했다.’

기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모든 직업 분야에 정확하게 대입될 수 있음을 느낄 것이다.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직업으로 꼽은 것은 종교인과 무속인이다. 이들이 왜 사라지지 않을 것인지는 인간의 특수성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해할 것이다. 흥미있는 것은 국회의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해산하는데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질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은 간단하다. 위험 직종 분석을 통해 지금이라도 직업 능력을 높이거나 전직을 준비하되 정부차원에서 고용 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취업자나 취업 예정자 입장에선 변화를 거부하기보다 평생 직업 능력 개발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자리 대체비율이라는 것은 ‘기술적인 업무’ 대체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거론되는 A.I.인공지능이 해당 직업을 실제로 대체할지 여부는 경제적 효용과 사회적 합의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더라도, 비용이 높거나 인공지능의 업무 수행에 사람들의 거부감이 클 경우 대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③ 새로 생기는 일자리

‘사라지는 것이 있다면 생겨나는 것도 있다’라는 말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슴 깊이 닿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만 사람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새로 생길 일자리가 무엇이냐이다.

이 질문의 답변 중 A.I.에 맡길 수 없는 일로 육아가 제일 1순위로 지목되었다. 이것은 새로 생길 직업에 상당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한마디로 인공지능 로봇이 적어도 어린이 보모의 일자리를 빼앗지는 못한다는 뜻인데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모도 어린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 힘드는데 로봇이 어린아이가 럭비공처럼 튀는 것을 잘 아우를지는 의문이다.

여론조사업체인 유고브(YouGov)는 ‘런던 테크놀로지 주간 2016’을 맞아 2,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2036년 어떤 기술이 보급돼 대중화될 것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병원과 시민 사이에 가상현실(VR) 기술이 도입되어 의사와 직접 만나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VR 기기를 통해 진료가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현재처럼 병원에 갈 필요가 없이 VR을 통해 진료를 받고, 직접 진료를 받기 위해 인근에 있는 소규모 출장진료소(GP)를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62%).

② 사람들이 매일 입고 다니는 일상복과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 삶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주고받는다. 통신망이 연결된 이른바 웨어러블 의류(wearable garment)를 말한다(57%).

③ 3D프린터를 통해 인간 장기를 제작, 망가진 장기를 대체할 수 있으며 현재와 같이 장기를 주고받은 장기이식 수술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53%).

④ 인류 최초로 인간복제된 아기가 태어난다(41%).

⑤ 인체 내에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이식돼 그동안 사람이 할 수 없었던 원거리 통신이나 세밀한 인식이 가능해진다(37%).

⑥ 민간 우주비행이 가능해지므로 공항마다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탑승구가 설치된다(37%)

⑦ 기업 경영에도 변화가 생겨 최초의 인공지능 임원이 이사회에 출석한다. 한마디로 로봇이 최고 경영자인 회장직을 맡는다.(23%).

이밖에 19%가 영화 「아바타」처럼 아바타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와 함께 다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기업 임원회에 인공지능 회장이 등장해 회의를 주재하고, 로봇 이사가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다는 예측은 많은 시민들이 인공지능 시대 도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정말로 그런 시대가 올 것인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스 모라벡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일자리 경쟁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인공지능이 차지할 수 있는 인간의 일자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는 것이 인공지능의 한계라고 말했다. 사무실이나 교실 청소를 한다고 가정할 때 로봇청소기는 유용하다. 넓은 바닥 청소는 인간에게 힘들고 귀찮은 일인데 로봇청소기는 이런 일을 간단히 해치운다. 그런데 현재 청소를 하기 전 사람과 로봇의 접근 자세는 다르다. 청소를 제대로 하려면 바닥에 떨어진 잡지를 줍고 의자도 치우고 카펫도 들춰야 한다. 사람들이 청소 전에 이런 일들을 먼저 해 주어야 비로소 로봇의 청소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인공지능이 이런 사전 청소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미래 세상에 활보하더라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 기간 중 가장 빛을 발할 직종 두 가지는 ‘데이터분석가’와 ‘전문화된 세일즈’ 부문으로 제시했다. 데이터 분석가들은 기술적 장애에 의해 생성된 데이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며,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면서 전문 판매업종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갔을 때 데이터분석가의 활동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전문화된 세일즈라는 말에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세일즈라는 직업은 현재도 보편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 말하는 전문화된 세일즈라는 말은 현재와 같이 어떤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특성있는 상품을 제시할 때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 자체가 새로운 일자리임은 물론이다.

다보스 포럼은 그동안 순수학문으로만 생각했던 수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수학이 지구상에 태어난 이래 수학이 어렵다는 시각은 현재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영역에서 수학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통하여 사고력을 계발해야 하는 인간에게 수학이 가장 적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순수학문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소 골머리 아픈 천재들이 택하는 지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보스 포럼이 앞으로 생기는 직업 200만개 중 약 20%가 수학ㆍ컴퓨터 분야의 일자리라고 예측했다. 산업수학은 수학적 이론과 분석방법을 이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여하튼 이 말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순수학문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산업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는 수학 르네상스의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면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종 즉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조련사인 ‘A.I.튜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A.I.를 학습시키는 조련사가 필요하다는 뜻인데 큰 틀에서 A.I.는 그 자체로 잠재성을 가진 어린아이에 불과하므로 인간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방향으로 A.I.를 길들이는 역할을 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세기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A.I.를 학습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A.I.튜터는 공학분야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의 사람이 필요하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심리, 사회, 문헌정보 등의 인문사회학적 배경도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는 인공지능의 도입 목적이 기본적으로 인간들의 맥락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인자동차가 보편화되면 무인자동차를 고치는 새로운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로봇기술자, 복제전문가, 생체로봇 외과의사, 우주 관리인, 배양육 전문가, 양자컴퓨터 전문가들이 새롭게 생길 직종들이다. 아마 우주여행사도 등장할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최근 사람이 듣지 못하는 주파수 영역까지 들을 수 있도록 안테나를 달아 놓은 ‘슈퍼 귀’와 야간에도 멀리 있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안약을 이용한 ‘슈퍼 눈’ 등 인간 장기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굳이 말을 붙이자면 ‘신체부위 제작’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이 보편화 되면 ‘신체부위제작자(body part maker)’라는 새로운 업종도 생기게 될 것이다. 연봉만 260억 원으로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그의 황금다리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타이어를 교체하듯이 저장해 두었던 다리로 갈아 끼우면 된다. 토머스 프레이 박사가 새로 생길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10년 후 일자리의 60% 이상이 아직은 탄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과학기술의 탄생으로 인해 생길 직업들은 아직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해 너무 성급한 판단을 하고 있다.’

캐플런 교수는 노동시장의 분야별 특성이 바뀌는 속도가 노동자들이 새 기술을 익히는 속도보다 빠르므로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직업이 열릴 것으로 추정했다. 전자 공학으로 변형된 꽃을 디자인한다든지, 온라인 가상 파티를 주최하거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여행을 주선한다는 것은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분야다. 이를 보면 미래에 나타날 직업은 현재와는 전혀 다른 분야가 가능하며 이들을 창안하는 작업도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분야 즉 인간만의 감정, 지혜, 직관이나 통찰에 기반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① 창의력

② 대인 영향력

③ 복합적인 문제의 해결 능력

④ 사회적 관계 기술 역량.

이를 토대로 미래 유망 직업으로의 전환은 새로운 세상에 부응하는 사람들의 직무역량 제고를 위한 기술 습득 및 역량개발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학자들이 전망하는 미래 유망직업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 전문가(인공지능 알고리즘 또는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기술 개발), 빅데이터 분석가, 가상현실전문가, 사물인터넷 전문가, 공유경제건설턴트, 로봇 윤리학자, 스마트의류개발자, 맞춤형 로봇개발자, 드론 운항 및 관리사, 스마트도로설계자, 의료정보 분석사, 스마트팜 구축가 등.’

이들 직업은 큰 틀에서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창의력이란 것이 항상 발휘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할 만한 직종에 종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에서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군은 21%에 불과하다고 알려진다. 대량 실업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창의력만 강조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간과 기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강구하고 있다. 하나의 일자리를 두고 인간과 기계가 대립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서로의 단점을 보충해주고 각자의 장점은 극대화하는 ‘윈윈게임’으로 사고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거대 기업들에서 기업경영전략을 제시하고 평가하기 위한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을 A.I.가 담당하고 고객을 상대로 한 정보 제공 업무는 직원이 전담하는 경우다. 자료처리 능력은 기계가 더 낫지만, 그것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내는 일은 사람이 기계보다 월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앞설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이 인간지능 로봇을 슬기롭게 활용하면 적어도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많은 학자들이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동일한 선상에 놓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차, 2차 산업혁명이 육체적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게 된 혁신이라면 3차, 4차는 지적인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이 말은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 가도 새로운 인간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1, 2차 산업혁명 때에도 많은 일자리를 기계가 대신했지만 또 다른 일자리들이 생성되어 결국 3차,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혁명을 거치면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계속 생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식 교수는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오는 미래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함께 상생해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 해나가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시각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특히 인건비 문제와 더불어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고령화 사회에서의 문제점이다. 이의 탈출로를 로봇이 해결할 수 있게 되자 로봇을 제조하고 활용하는데 많은 일자리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장에서 저렴한 로봇의 생산이 식당, 호텔, 가게 등 서비스업에 로봇이 투입되어 오히려 사라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로봇이 고장 났을 때 이를 수리하는 직업도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현재 수많은 컴퓨터 수리 업체가 지역 곳곳에 성업 중인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흥미있는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많은 산업 현장을 누빈다고 하지만 특수 로봇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단적으로 말해 특수 로봇 한 두 개를 구입하여 로봇을 임대해주는 직업도 생길 수 있다.

 

IV. 나가는 말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자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4차 혁명시대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자리’임은 틀림없다. 일자리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새로운 기술에 의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단언코 너무 비관적으로 미래를 바라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차가 이미 출발했다고 하지만 수많은 다음 열차의 운행 스케쥴을 파악한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열차를 타는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 같다.

이 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하며 특히 학창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초점이 집중된다. 사실 이런 경향은 ‘아키텍(architec·건축을 뜻하는 architecture의 줄임말) 대학생’이라는 말로도 알 수 있다. 이 말은 대학 재학생은 물론이고 입학 전부터 건축 설계를 하듯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대학생을 이르는 말이다. 신조어가 생길 만큼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수강, 비교과 활동, 공모전, 자격증 등을 위해 대학 생활 전반을 계획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취업률이 워낙 낮아지다 보니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 하지만 한 치의 내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심각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미래가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미래에는 자본보다 재능을 가진 인간이 더 중요한 생산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 시장에서 ‘저기술-저임금’ 작업과 ‘고기술-고임금’ 직업을 구분하는 장벽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당연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술의 발달이 자신의 소득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심지어 줄어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를 심각하게 이야기한다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만연한 불만족과 불공정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점차 더 많이 경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이러한 불만은 디지털 기술의 보급과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정보 공유 플랫폼의 역동성으로 점점 커진다.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혁신적인 사고를 부단히 창출하는 사람이라 고 지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4차 산업혁명은 비즈니스에 4가지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 소비자의 기대, 제품 향상, 협력적 혁신, 조직 형태가 그것이다. 이것은 고객이 점차 경제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 것은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과 붕괴는 항상 병행하여 일어나는 것을 볼 때 고객 경험, 데이터 기반 서비스, 분석을 통한 자산 관리의 세상은 새로운 형식의 협력을 요구한다. 이 말은 글로벌 플랫폼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은 기존의 역량과 문화, 조직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 말은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고 기득권에 도전하며 확고하고 중단없는 혁신을 감행하면 오히려 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 학자들에 의하면 세계 500대 기업에서 평균적으로 요구하는 인재는 적응력, 소통력, 리더십, 실행력, 학습능력, 창의력, 팀워크 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세계적 화두로 끌어올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우선 순위로 제시한 미래 인재의 핵심 능력은 도전정신, 문제 해결력, 소통 능력, 창의성, 적응력, 협동 능력 등이다.

이 말은 단순하게 스펙을 관리하는 수준의 취업 준비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차원은 아니라는 뜻과 다름없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창조성’과 ‘생각하는 힘’이다. 여기에 ‘유연성’까지 합쳐지면 금상첨화다. 한마디로 과거와 같은 생각으로 머문다면 미래에 일자리를 가질 수 없지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그렇게 어려운 세상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방법은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러나 창조력 등이 갑자기 튀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정답 맞히기보다는 자신의 생각하기, 말하기, 글쓰기, 음악, 과학, 수학 등 모든 학문을 가로질러 통섭하는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넓고 깊은 지식 습득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 터득하기, 말하고 글쓰는 능력 기르기, 앎을 실천하기 등에 익숙해진다면 어떤 일자리도 감당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풀어서 설명한다면 역으로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학자들은 인공지능시대에 들어서면 창조계층 10%가 나머지 90%의 인구를 먹여 살릴 것으로 전망한다. 모든 사람이 창조계층이 되지 않아도 자신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다 노골적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창의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발명과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도전하라고 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스스로 현실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나아가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발전을 이룰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두려워하거나 희망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차는 이미 출발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란 기차는 이미 출발했는데 다행한 것은 앞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계속 출발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계속 출발하는 기차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탑승해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다 빨리 파악하고 여기에 창조성을 곁들이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차에 탑승한다면 위대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결코 나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유용한 ‘키’를 사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천사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자리는 자신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학자들은 과거와 새로운 시대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 초등학교로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20년 정도 공부하여 나머지 생을 좌우했지만 4차원 산업혁명 시대에는 죽을 때까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함은 경쟁에서 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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