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첩 200여권으로 5체 두루 섭렵한 정통 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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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첩 200여권으로 5체 두루 섭렵한 정통 예술인
  • 행정신문
  • 승인 2015.04.1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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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바로 세우려면 반드시 서예를 가르쳐야 해요”

Culture/유림서도연구원

 법첩 200여권으로 5체 두루 섭렵한 정통 예술인

“인성 바로 세우려면 반드시 서예를 가르쳐야 해요”

篆(전)ㆍ?(예)ㆍ楷(해)ㆍ行(행)ㆍ草(초)서를 서예 5체라고 한다. 10대부터 서예와 태권도ㆍ동양고전을 공부해 올해 40여년 동안 서예를 지도해온 鶴天 이상명 선생은 종로구 인사동 유림서도연구원에서 해서를 기본으로 하여 예서ㆍ초서ㆍ전서순으로 지도하고 있다. 
각 서체를 배우는데 1년 정도 걸리기에 전체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정도는 연습해야 서예의 기본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학천 선생의 생각이다.
요즘 게임중독에 걸려있는 청소년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서예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들었다.
“서예는 모범생이 배우는 게 아니라, 서

예를 하면 불량학생이 모범생으로 변한다.”
지난 80년대 반포 서예원에서  300여명의 학생들을 6년 정도 지도했던 학천 선생은 서예를 배운 아이들이 몇 달 만에 전부 모범생으로 변하는 것을 실제로 보았다고 증언했다. 문제학생들이 다투지 않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변했던 것.
이를 보고 엄마들은 이구동성으로 “서예를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를 보면서 서예는 사람의 인성을 바로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예를 하면 정신통일에도 도움을 준다. 언론사에서 正論直筆(정론직필)이라는 말을 즐겨 쓰지 않는가. 이처럼 서예는 바른 자세ㆍ바른 마음으로 써야 된다는 얘기다. 자세가 발라야 바른 마음이 되고, 바른 글씨가 나오지 않겠는가.
요즘은 유치원 때부터 자세가 틀어져 옆으로 삐딱하게 앉는 버릇이 있다. 언제나 왼팔목ㆍ팔굽을 몸의 가운데에 편안하게 두고 글씨를 써야 안정된 자세를 이룰 수 있다. 왼팔이 제대로 놓여있지 않으면 허리가 틀어진다. 그럴 경우 바른 자세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에게 저항하는 것 또한 이런 불안정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전만 해도 기자들은 원고지에 글씨를 썼지만, 요즘은 컴퓨터로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필체는 더더욱 엉망이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서예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멀어진 듯 보인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 인성을 바로 세우려면 반드시 서예를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교육현장은 학천 선생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척 걱정스럽기만 하다. 서예를 하면 바른 자세가 되고, 자세가 바르니 마음도 바르고, 여기서 바른 말, 바른 길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데도 말이다.

모든 예술의 모체 ‘서예’  

일평생 서예를 해온 학천 선생에게 서예는 한마디로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들었다.
“서예는 모든 예술의 모체다.”
사군자를 소재로 하는 동양화가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을 들었다. 회화의 토대가 부족한 사람들은 서예를 비구상이라고 폄하(貶下)하지만,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서예라는 것이다.
학천 선생은 유년시절 부터 글씨와 동양고전까지 두루 섭렵해 강의하고 있다, 물론 본류인 서예에 집중하지만 가끔은 동양화도 그린다고.
다들 서예의 꽃으로 ‘행서’(약간 흘림체)를 꼽는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빨리 싫증이 난다. 행서는 몸에 신바람이 났을 때 쓰는 글씨라고도 한다. 그런데 전ㆍ예ㆍ해ㆍ행ㆍ초 5체를 전부 섭렵해 서예의 대가로 불리는 학천 선생은 짧고 넓은 서체인 예서를 흥이 나서  즐겨 쓴다고 한다. 신바람은 몸으로 나는 것이고, 흥은 가슴으로 나는 것이어서 오랜 여운으로 남는 서체를 즐겨 쓰고 있는 듯싶었다.
처음 원생이 서예원에 들어오면, 학천 선생은 “무슨 글씨체를 배우고 싶은가”라고 묻는다. 그래서 “기초부터 배우고 싶다”고 하면, 해서-행서-예서-초서-전서순으로 지도한다.

최소한 10년은 수련해야 ‘내 것’

학천 선생은 10대부터 서예와 사서삼경을 배워 많은 동양고전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이를 이 사회를 밝히고 청소년을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할 기회가 적어 아쉬워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 요람을 타면 이름을 짓고, 입학하면 축의금 문구를 쓰고, 결혼하면 혼서지[사주단자:四柱單子], 회사에 취직하면  영전 축하봉투 문구를 쓰고, 정년퇴직하면 서예를 가르치고, 세상을 떠나면 지관의 역할까지 한다.
글씨는 표의문자(表意文字)여서 외부로 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남들에게 혐오감을 줘서는 안된다. ‘야! 잘 썼구나’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서예 속에 ‘예술의 혼’이 들어있다는 의미다. 서예를 1~2년 정도 배우고 나면, 우쭐한 생각이 들어 남에게 글씨를 써주려는 욕구가 생기곤 한다. 그럴때마다 학천 선생은 “조금 더 배우고 난 이후 써주라”고 충고한다. 글씨를 받은 사람으로부터 감탄의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10년 정도는 수련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도의 모범이 될만한 선인의 필적을 모아놓은 법첩(서예교본) 200권 정도는 써본 후 작품을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일본에서 들어온 200여권의 법첩을 다 섭렵한 학천 선생은 “200권은 아니어도 최소한 20권 정도를 연습하는 가운데 서예 5체를 경험하는 데에만 10여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달필보다는 유명한 서예가의 법첩을 제대로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어진 명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필은 그냥 피었다 지는 꽃일 뿐이다. 서도ㆍ태권도 등 모든 도(道)는 최소한 10년 이상 수련을 해야 ‘내 것’이 된다. 1~2년 단기간으론 절대로 내것이 안된다. 옛날 서당에 아이를 데리고온 부모는 사서삼경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지 않고 ‘한 10년 동안 보낼테니 이름 석자나 쓰게 해주세요’라고 훈장선생님에게 부탁한다. 자기이름자 하나 제대로 쓰는 데도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얘기 아닌가.”
학천 선생의 말을 들으면서 일흔을 앞두고 연세에 걸맞는 가장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도력(道力)이 더욱 깊어져 풍기는 이미지 또한 더욱 멋있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요? ㅎㅎㅎ”
지금까지 많은 업적을 남기신 학천 선생. 남은 여생동안 더욱 건강하시고 더욱 빛나는 유무형 문화적 유산을 남겨주시길 기원해본다.
   취재 오성환 기자(osy006press@hanmail.net)

학천(복호재) 이상명 선생의 발자취

1974년 학여서예원을 개원하고, 80년 오체천자문(우일출판사)을 편찬했으며, 이후 83년 현대미술전 대상, 서울미술제 금상, 2003년 한국서예대상 등 200여회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지도자 교육과정을 수료한 학천 선생은 행정신문 문화위원, 미술협회 서예자문위원, 종로미술협회회원, 원로무도연맹 고문, 국제경호협회 고문, 평통종로지부 고문 등으로 활동하면서 인사동에 유림서도연구원을 열어 서예ㆍ동양고전 등을 지도하고 있다. 한편 학천 선생은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충남 보령문화원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이에 많은 지인들의 성원과 격려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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