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칼럼]공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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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칼럼]공인의 자세
  • 행정신문
  • 승인 2014.05.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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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양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현 영산대 법경대 교수)

 필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공인의 자세를 보여준 인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충무공은 해전사에 있어서 길이 빛나는 영웅일 뿐 만 아니라, 공인(公人)의 바른 처신 자세를 몸소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역시 큰 인물은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그 역사의 향기를 뿜어낸다.
 
 당시 조정에서는 장군에 대하여 부당한 처사와 핍박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군은 오로지 나라와 백성만을 위하여 묵묵히 참고 견디며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공인의 「성실의 의무」가 무엇인지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판옥선 12척과 얼마 안 되는 병졸을 이끌고, 전력에 있어서 비교도 안 될 만큼 월등한 왜(倭)의 대함대를 격파한 저 유명한 명량(鳴梁)대첩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리 장비가 훌륭하고 조직이 방대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인 것이며, 따라서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여하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역사적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수군 만호(萬戶)로 재직할 때, 직속상관인 전라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들 생각에서 관청의 뜰 안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어서 보내라는 명령에 대해 “비록 한 그루의 나무라 할지라도 나라의 물건(公物)이므로 이를 사사로운 이유로 벨 수는 없다”고 하면서 그 부당함을 건의하고 결국 오동나무를 존치시킨 것은 공(公)과 사(私)가 어떻게 구별되며, ‘복종의 의무’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준 것이다. 상사의 명령이라면 그 위법 ․ 부당성의 여부를 따짐이 없이 맹종하던 당시 세태에 경종을 울렸던 것이다.
 
 공인이란 무엇인가, 공적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공적자격이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일반대중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공직에 종사하는 직종의 사람들로는 일반 공무원을 위시해서 법조인, 교육자, 정치가, 군인등 모든 공복(public servant)이 포함된다. 공직자는 아니라하더라도 성직자, 기업가, 의사, 작가, 예술가, 언론인, 연예인 및 운동선수 의 경우처럼 일반대중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폭넓게 영향을 끼치는 직종의 사람들도 모두 공인의 범주에 든다.
 
 공인의 언행은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이 될 수 있기에 공인은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큰 노력과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언행이 장중하고 예의바르며 태산과 같은 신뢰감이 담겨있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들을 참담한 슬픔에 잠기게 했다. 기업인의 무리한 이익추구와 민관유착의 부조리 등이 총체적 파국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선주도 선장도 그들을 감독하는 주체들도 공인의식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인구에 회자된 공인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반 국민들이 공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공인들의 책임은 무겁다. 그러기에 공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또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이중의 부담을 지고 처신해야 하는 그런 특수한 위치에 있다.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는 일반인과는 달리 사생활이 낱낱이 밝혀지고 엄격한 잣대로 검증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인의 경우 통상인보다 사생활보호의 범위가 그만큼 축소되는 것이다.
 
어제(2014.5.19.),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관련 대통령담화가 있었다.
앞으로 새로운 국무총리가 지명될 것이고, 정부조직과 맞물려 내각과 정부의 주요 직위들이 바뀌게 될 것이다. 과연 공인의식이 얼마나 투철하고 자세가 굳건한 지를 검증할 단계가 온 것이다.
 6‧4 지방선거도 코앞에 다가왔다. 진정으로 공인자세를 지닌 제대로 된 인물들을 잘 가려서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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