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세월호를 ‘세월’에 묻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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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세월호를 ‘세월’에 묻을 수는 없습니다.
  • 행정신문
  • 승인 2014.05.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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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길전 행정신문 논설위원

“나의 바람은/ 바람개비 되어/ 바람으로 붑니다.// 조문객이 물결로 일렁입니다./ 포스트잇 추모글로/ 간절히 빌었지요./ 가족 품으로 돌아오세요.// 미안합니다/ 유가족의/ 아홉 가지 바람을/ 다, 못 받는/ 답답함이/ 우리가슴을 찢네요.// 유족의 바람이/ 바람개비로 돌고 있을/ 그날은/ 언제일까요.// 켜켜이 쌓인/ 적패를 도려내고/ 안전아/ 바람개비로 돌아라.” 기원의 시구입니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허기진 성장을 채우려고 앞만 보고 내달려온 고도성장의 그늘이 안전한국을 슬픈 그늘로 덮어버리고 산 세월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반성의 거울에 안전불감증이 또렷이 나타나는 자화상입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진도앞바다 여객선 침몰사고로 대한민국시계는 멈춰 섰습니다. 사고 이후 생존자구조 0명이라는 안전후진국 민낯이 부끄럽습니다.

근대화의 가파른 언덕길은 ‘성장가치’만이 최고의 선이었습니다. 잘살고 보자는 일념은 간호사 광부들을 담보로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빌렸지만 이 종자돈으론 턱없이 모자라 궁리 끝에 식민지대가로 대일청구권 8억 달러와 32만 명 베트남 장병 목숨 값으로 고도성장 위업을 달성해 냈습니다.

이 성장 복덩어리는 풍요로움을 주었지만 ‘설마 병’이 숨어듭니다.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한탕주의에 지나친 욕심은 불러오는 배를 못 느낍니다. 더 불려야지 하는 탐욕의 배는 배탈이 나고 설사를 합니다. 성장 통은 우리사회에 정실주의·연고주의‧ 한탕주의에 함몰되어 ‘괜찮아’ 대수롭지 않은 자기합리화에 빠져 사고와 재난에 대해서는 눈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몸통인 유병언 일당은 악덕기업주인가. 아니면 사이비 종교집단의 악마인가. 유병언 도피행각을 돕는 바리게이트를 치고 교주 유씨를 위한 순교까지 불사하겠다는 구원파를 일망타진하고 ‘유병언재산몰수법’을 제정하여 세월호 유가족의 바람을 세월에 묻을 수는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그래그래 괜찮아, 그 정도쯤이야” 도덕불감증에 엎치고 안전불감증이 덮친 합작품입니다. 삼풍백화점이 와르르 무너지고 위도 페리호 침몰사건이 파도로 들리며 성수대교 비탄이 한강에 흐르는데 아직까지도 아픈 세월을 잊고는 그까짓 생명쯤이야 먹이사슬을 향해 질주해온 예견된 인재(人災)입니다.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은 천추의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고 선박을 증축하고 화물을 과적한 해운업체, 뇌물 받아먹고 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 해운조합에 재취업하여 기업 이익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준 해수부 퇴직 관료들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공범들입니다.

우리는 죄인이 되었고 통렬히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전체가 슬픔에 젖어있는 애도분위기속에 대권후보였던 문모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고 세월호와 광주를 연결 짓는 몰지각한 선동적 행태가 희생자 유가족의 마음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놓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대오각성 합시다. 정치인도 법조인도 언론인도 종교인도 반성합시다. 대통령도 피울음을 울었습니다. 온 국민이 참회하고 기도합시다. 세월호 참사가 비춰준 흉하디 흉한 한국인 민낯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대로 정말 이대로는 정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집시다. 기본이 무너지고 심성이 비뚤어지고 병든 모습을 근본부터 바꿉시다. 국민성을 바꾸고 나라의 체질을 바꿉시다. 다시는 세월호를 세월 속에 묻지는 맙시다. 이제 그만 일어나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 배를 띄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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