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이름 붙이기도 창피한 국립박물관 7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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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이름 붙이기도 창피한 국립박물관 7곳
  • 이수경 기자
  • 승인 2021.01.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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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체부 국립박물관 평가 인증제도 최초 시행 결과,
- 평가 대상 36곳 중,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7곳 ‘함량 미달’ 판정

국민 세금으로 건립·운영되는 국립박물관 중 7곳이 ‘함량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020년 국립박물관 평가 인증제도'를 최초로 시행한 결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7개 박물관이 점수 미달로 인증을 받지 못했다고 14일 밝혔다. 전국 50개 국립박물관 중 등록 후 3년이 지난 36곳이 평가 대상이었다.

김예지 국회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달 박물관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행정안전부), 국립태권도박물관(문체부), 국립조세박물관(국세청), 지도박물관(국토교통부),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공군박물관(국방부), 전사박물관(국방부)이다. 대부분 정치 논리나 여론에 밀려 세워졌거나 정부 부처가 홍보용으로 만든 박물관. 평가 대상인 36곳 중 국회 헌정기념관, 국립관세박물관, 해군사관학교박물관은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라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경우, 언덕 위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전문 연구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됐다. 역사관은 2015년 부산 대연동 2만3000평 터에 7층 규모로 506억원을 들여 개관했고, 이듬해 ‘국립’으로 등록됐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실상을 규명함으로써 성숙한 역사 의식을 고취하고, 인권과 세계 평화에 대한 국민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장 평가에 참여한 A위원은 “박물관의 핵심은 소장품과 전문 학예직인데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며 “이런 곳이 국립박물관으로 허가가 났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사관은 2017년 가짜 사진을 전시해 일본 우익 단체에 의해 망신당한 전력도 있다. 조선인 강제 동원 피해자라고 전시한 사진이 알고 보니 일본인 사진이었던 것. 야외 추모탑에 새겨진 뼈만 남은 노동자들 사진도 조선인 징용 피해자가 아니라 1926년 홋카이도 개척 과정에서 ‘노예 노동’에 시달린 일본인들로 드러나자(1926년 9월 9일 자 아사히가와신문) 부랴부랴 전시물을 교체했다. 역사학자 B씨는 “일본인들도 방문하는 곳인데 이런 박물관일수록 팩트가 정확해야 한다. 그걸 검증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전북 무주에 건립된 국립태권도박물관도 마찬가지다. 2014년 2475억원을 들여 태권도원을 조성하면서 태권도박물관을 세웠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통 무예 태권도와 관련 물품을 보존·연구·전시·교육함으로써 태권도의 역사적 가치를 전파’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연구 실적이 없다고 평가됐다.

문체부는 “국립박물관 운영의 질적 향상을 위해 처음으로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평가 기준은 Δ설립 목적의 달성도 Δ조직·인력·시설 및 재정 관리의 적정성 Δ자료의 수집 및 관리의 충실성 Δ개최 및 교육 프로그램 실시 실적 Δ공적 책임 등 5개 항목. 서면 평가와 전문가 현장 조사, 인증 심사를 거쳐 총점 100점 만점에 70점이 넘으면 인증을 받았다. 문체부는 평가 대상 박물관의 개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영찬 이화여대 교수는 “박물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식으로 국립박물관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며 “매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세금을 퍼붓는 셈”이라고 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2021년 예산은 23억원, 국립경찰박물관은 14억원, 국립태권도박물관은 3억원이다.

김예지 의원은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국립박물관을 지어놓고 막상 개관만 되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이라며 “지역 민원사업처럼 ‘나눠주기’식 건립을 하는 것도 문제다. 박물관 추가 건립 계획만 세울게 아니라 전문 연구 인력의 보강 등 기존 박물관의 내실화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19일까지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2월에 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인증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지원이 끊기거나 불이익이 가지는 않는다”며 “결과를 공표해 운영 주체인 정부 부처에 경각심을 주고, 실질적으로 국립박물관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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