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칼럼] 지방선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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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칼럼] 지방선거 유감
  • 행정신문
  • 승인 2014.06.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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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양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현 영산대 법경대 교수)

6‧4 ‘지방 동시선거’가 막을 내렸다. 당선자들은 환희를 맛보면서 그간의 고생을 즐거운 추억으로 삼겠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경쟁자들은 쓰라린 심정일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의 비통한 분위기속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선거를 치렀다. 투표율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성과(56.8%)를 거두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공천에서 당선에 이르기까지 중앙정치가 좌지우지하는 행태는 종전과 변함이 없었다.

1991년에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행정을 답습하고 있다. 권한도 중앙정부에 집중되어있고, 돈줄(재정)도 중앙에서 틀어쥐고 있다.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30% 내외인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후견은 인간의 성숙을 영원히 저해한다.’ 라는 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만을 쳐다보면서 존립하는 상황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는 어렵다. 주권을 상실한 국가처럼 자율 능력없이 중앙이 시키는 대로 부수적인 역할만을 하게 될 공산이 많다.

  지방선거는 지역주민들의 기쁜 잔치행사가 되어야한다. 앞으로 4년간 지역의 살림살이를 맡아 나갈 유능한 리더를 뽑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방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지역리더를 제대로 뽑아야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도자를 제대로 선출하기 위해서는 출마한 사람들이 과연 지역발전과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어떤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정책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지를 꼼꼼히 따져 봐야한다. 각 출마자들의 인물 됨됨이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 못지않게 세밀하게 따져 봐야한다. 나의 살림살이와 내지역의 삶의 질의 향상과 직결되는 사람들을 뽑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현실에서는 이러한 정책이나 인물의 세부적인 따짐은 별로 없다. 정당색깔과 개인적 선호도 등에 의존하여 투표장으로 가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로 유권자들이 비통함에 잠긴 틈을 이용해서, 여당에서는 ‘대통령을 도와주세요! ‘야당에서는 “정권을 심판합시다! 라는 지방자치와는 동떨어진 구호를 앞세웠다. 이래가지고는 지방선거의 참뜻과 특색이 구현되기 어렵다. 단지 중앙정치의 싸움판을 지방에 내려와서 벌리고 있었다. 정당공천제도가 있어 중앙정치의 간여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전적으로 중앙정치에 매달리는 것은 ‘지방’이라는 말이나 ‘자치’라는 말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에 대한 ‘정당공천’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파기되어 물 건너갔다. 공천폐지를 관철하자는 명분으로 합당까지 했던 야당도 막판에는 공천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공천청탁조로 금품을 수수한 지역 국회의원의 부인이 검찰에 조사를 받는 사건도 발생했다.

  선거 막판에는 경쟁자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여전했다. 대검발표(2014.6.5.)에 따르면,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단체장 9명, 기초단체장 61명, 교육감 2명 등 72명이 입건되어 이 중 3명을 기소하고 69명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고소‧고발과 선거법위반 등의 선거사범은 2,111명을 입건했는데, 이는 2010년 지방 선거때 1,646명에 비해 28.3% 증가한 숫자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원칙이 기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현실의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소수지배의 역현상이 다시금 발생했다. 보수출마자에게 60~70%의 지지표가 쏠렸음에도, 보수 후보자들의 난립으로, 30%대의 득표를 한 진보 출마자가 당선되었다. 서울‧부산‧경기 등 여러 지역이 소수득표를 한 당선자들이 다수자들의 교육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보수의 탐욕을 끊기가 어렵다면, 차라리 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가 되어 교육감을 선거하든가 또는 직접선출방식을 지양하고 대안을 강구하자는 등의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6‧4지방선거가 세월호의 참사로 분위기로 인하여 비교적 조용하게 선거를 치른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래서 모처럼 정책대결로 멋지고 성숙된 지방선거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중앙정치가 좌지우지하는 선거양태 및 진흙탕 속에서 서로 비방하는 흉한 모습은 예나 다를 바 없었다. 이래가지고는 참다운 지방화 시대를 열어가기에는 요원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선거가 끝나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하고 개운해야 할 텐데, 씁쓸하게 느끼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전 한국행정연구원장,  현 영산대 법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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