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딛고 어르신 모시는 편안한 힐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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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딛고 어르신 모시는 편안한 힐링공간
  • 행정신문
  • 승인 2016.05.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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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잘 살아가려고요”

베데스다요양원의 김정석 대표는 올해 37세로 요양원에 모시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조부모님의 연세라고 할 수 있다. 종합 공인 7단의 무술을 했고, 경찰행정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 앞에서 만큼은 예의가 발랐다고 한다.

“2006년에 일을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병원에서 3~4년 정도 재활을 했지만 장애가 생겼어요. 전공 쪽으로 갈 수 없었고, 회사를 다니며 사회복지 자격증도 취득하고 방송통신대를 편입해서 계속 공부했어요. 어머니께서 봉사를 많이 하셨는데 요양원을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3년 8월에 문을 연 베데스다요양원은 9인 기준의 공동생활가정에서 시작해 작년 12월부터는 정원 20명의 요양원으로 운영 중이다.

 

가족처럼 지내는 공간

김 대표는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을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말한다.

“큰 요양원은 방 안에서 따로 식사하시는 경우 많은데 저희는 어르신들 모두 나오셔서 아침, 점심, 저녁 함께 식사하세요. 특수하게 누워 계셔야 하는 분은 선생님들이 방에서 식사 도와드리지만요. 프로그램도 오전 오후 나누어서 함께 활동합니다. 다른 요양원에 비해 여주 근교 사시는 분들이라 실제 가족들이 자주 오시기도 하고요. 일주일에 최소 못해도 10분 이상은 면회 오셔서 함께 하세요.”

가족들과 다 같이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그가 어르신들을 직접 모시고 산책로에서 걷기 운동을 함께 한다.

김 대표의 어머니가 처음 요양원을 시작하면서 가진 철학은 ‘음식이 사람을 병들게도 하고, 병을 낫게도 한다’라고 한다. 그 때문에 모든 식사와 먹거리에 정성을 쏟는다.

“어머니께서 2007년부터 발효효소 음식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꾸준히 교육받으셨어요. 어르신들게 매일 아침 수제요거트에 효소를 섞어서 드시게 하고 식사에도 공을 많이 들입니다.”

신선한 식단을 위해 2~3일 치의 장만 봐서 모두 소비하고, 텃밭에서 각종 유기농 채소를 키워 ‘가족의 식사’를 책임진다.

 

치매약 하루빨리 개발 되어야

대부분의 어르신은 치매환자로, 아무리 가족처럼 지내도 기본적으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그는 말한다.

“70세 이하 되시는 분들은 치매가 있으셔도 어느 정도 인지를 하시는데, 그 이상 되시는 분들은 여기서 적응을 하고 지내시면서도 ‘내가 내 집이 있고 내 자식이 있는데 왜 여기서 지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계세요.”

상담을 하거나 식사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어른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여건이 되면 부모님 모시고 하루라도 댁에 가서 주무시고 오라고 권장하고 있어요.”

그는 치매약이 하루빨리 개발되어 치매노인이 요양원을 찾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치매약은 호전이 아니라 유지나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죠. 앞으로 치매약이 개발 되어 치매 어르신들이 없으시면 더 좋은 거죠. 치매로 인해 국가의 경제적 손실이 조 단위로 어마어마한 걸로 알아요. 정작 보호 받아야 할 분만 받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는 “잘 하는 요양원은 살아남을 것이고 엉망인 곳은 사라지겠죠”라고 말하며 운영자의 입장이지만 치매환자가 사라지고 진짜 보호해야 할 노인들이 요양원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복지 정책 이대로 좋은가

김 대표는 현재 요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난립하는 상황으로 과포화상태라고 말한다.

“지금은 신고제인데, 허가제로 바뀌어야 해요.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 보면 서비스가 떨어집니다. 기본적 가이드라인과 기준이 있으면 거기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할 텐데 그게 아니라서 문제가 많죠. 이 정도 시설을 만들려면 5~6억이 들어요. 이런 투자를 해서 수익은 한정되는데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과연 제공할 수 있을까요?”

요양원 운영이 사명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요양원을 운영하고, 여주시 사회복지협의체의 노인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노인복지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정작 기초수급 받아야 할 분이 의외로 많아요. 여주는 노령인구 비율이 굉장히 높고 자식이 없거나 있어도 안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분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정작 받아야 할 분들이 못 받고 있어요.”

그는 대한민국이 의료보험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복지정책의 허술한 점과 수정‧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노령연금 역시 너무 포괄적이라고 봅니다. 꼭 받아야 할 사람이 있고 안 받아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재정이 부족한데 마이너스 정책을 하면 국민이 세금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꼭 받아야 할 분들 추천 받거나 연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더 지원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함께

베데스다요양원은 시내에서 가까운 덕에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은 년간 100여 명 이상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서 이야기하고, 같이 놀아드리고, 청소도 하고, 화투도 치고 합니다.”

목욕은 사고 위험이 있어 전문가에게만 맡긴다고 한다. 앞으로 여주시 자원봉사센터와의 협업으로 목욕 봉사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자원봉사 센터에는 목욕봉사 동아리가 있어요. 지금은 1주일에 한두 번 목욕시켜드리는데, 동아리에서 전문가분들이 2주에 한 번은 오셔서 도와주신다고 하니 목욕을 한 번 더 받으시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더 쾌적한 생활하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작년에 공동생활가정에서 요양원으로 증축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잘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는 분들이 오래도록 가족처럼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평생 직업으로 삼고 왔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잘 살아가려고요. 치매로 오신 어르신들 몸이 아프면 더 힘드니까 아프지 않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고,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 오래오래 더불어 같이 잘 살아가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취재 여주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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