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농성 최종성명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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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농성 최종성명서 기자회견
  • 최은경
  • 승인 2016.10.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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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총장 사퇴 후 본관 점거 해재 최종성명기자회견

2016년 9월 23일 이화여대 총장사퇴 농성 최종성명 발표 기자회견이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400여 명의 이화인이 참석하였으며, 18명의 이화인이 본관계단에 줄지어 낭독했다.

최은경 기자

 

낭독 내용

이화인들은 최경희 전 총장의 사퇴를 수용하며
86일 간의 본관 점거를 해제한다.

지난 7월 28일, 미래 라이프 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이화인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본관 점거를 시작하였다.  자원봉사와 만민공동회라는 체계를 만들어 안전과 질서를 지키고, 다수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느린 민주주의’로 이어온 86일 간의 시위는 새로운 이화를 향한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화인들이 총 시위, 간담회, 공동행동, 학생총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요구해 온 최경희 전 총장의 사퇴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이제 이화인들은 본래의 약속대로 본관 점거를 해제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있기에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이화인 한 명으로서 끊임없이 부조리에 맞설 것이다.

  1886년, 이화여자대학교는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 설립되었다. 이화는 모두에게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민주화를 위해 그 누구보다 먼저 나서 투쟁해왔다. 이화의 진정한 가치가 지켜지는 이화의 내일을 위해 이화인들은 다음의 사항들을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상처 입은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라.

   최 전 총장은 독선적인 행정으로 교수와 학생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교내에 1600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하여 이화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경찰 투입 이후에도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이화인들을 지속적으로 기만하였으며, 비리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을 함으로써 끝내는 130년 이화의 역사에 오점이 되었다.

   최 전 총장 및 학교 본부는 이화 브리핑 메일, 학내 대자보 도배, 간담회 등을 통하여 일방적인 자기변호와 변명을 거듭했다. 그러나 정작 86일 간 신체적, 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화인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교육자이기를 포기하고, 학문의 전당으로서 이화의 가치를 훼손한 최 전 총장 및 학교 본부는 더 이상 이화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하는 이화의 창학 정신을 기억한다면 최 전 총장 및 학교 본부는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상처 받은 이화인들에게 ‘유감' 표명이 아닌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
 

하나. 시위에 참여하거나, 시위를 지지한 이화의 구성원들에게 불이익이 없을 것을 보장하라.

  최 전 총장은 이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이화인들을 "우리 학생들이 아닌 것 같다”며 정치적 목적을 가진 학생으로 매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위에 대표자가 없음을 거듭 밝혔음에도 "주동자 색출", "강경한 사법 처리" 등을 재차 언급하며 시위에 참여하는 이화인을 협박해왔다. 재학 중인 이화인에게 직·간접적으로 시위 참여 여부를 묻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였으며, 특히 교직원이 본관에서 나온 쓰레기 봉투를 파헤쳐 영수증을 찾던 행위는 시위에 참여한 이화인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이화인들은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을 가지고,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이화의 가치를 지키고자 시위를 이어 왔다. 이에 학교 본부는 이화의 변화를 위하는 마음으로 시위에 참여하거나, 시위를 지지한 모든 이화의 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보장하라.
 

첫째. 재학생 및 졸업생에 대해

-  관련자 법적 처벌 금지
-  학적 상 불이익 금지
-  개인적인 인신공격 및 강단에서의 모욕 금지

둘째. 교수진 및 강사진에 대해

-  해임, 계약 해지 및 기타 고용상의 불이익 금지
-  강의평가 왜곡, 악의적인 비방 및 기타 인사상의 불이익 금지
-  연구비 결제, 강좌 개설 등 의도적인 행정절차 지연을 포함한 행정적 불이익 금지

셋째. 교직원 및 용역직원에 대해

-  해고 등 고용상의 불이익 금지
-  인사평가 왜곡, 악의적인 비방 및 기타 인사 상의 불이익 금지
-  연구비 결제, 강좌 개설 등 의도적인 행정절차 지연을 포함한 행정적 불이익 금지

셋째. 교직원 및 용역직원에 대해
-  해고 등 고용상의 불이익 금지
-  인사평가 왜곡, 악의적인 비방 및 기타 인사 상의 불이익 금지
-  급여 삭감을 포함한 일체의 징계 금지
 

하나. 피해 학생들을 위한 의료 지원을 신속히 실행하라.

학교 본부는 경찰 병력 1,600명의 폭력 진압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화인들을 지금까지 외면해왔다. 어렵게 용기를 낸 총 70명의 피해자들은 각종 상해와 트라우마를 증언하였으며, 개인적으로 의료비를 지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86일의 긴 시일이 경과하였음에도 학교 본부는 학생들의 입장을 배려한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학교 본부는 이제라도 고통 받는 이화인들에게 의료 서비스와 치료비를 지원하라. 휴학생을 포함한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원하는 시기에 신원 노출의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이미 진료 받은 학생들부터 트라우마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 피해자까지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하여야 한다. 단편적, 단기적인 치료가 아닌 진정한 상처 치유를 위한 장기적 지원 또한 필요하다.  

  학생들이 대리인을 세우기 어려운 특수 상황임을 감안하여, 학교 본부는 의료 지원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
 

 
 
 
 
 

하나. 경찰 수사 대상이 된 학생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약속하라.

  학교 본부는 이화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평의원들은 대치 상태를 ‘감금'으로 호도하며 제자들에 대한 경찰 수사를 요청하였다. 그로 인해, 지난 8월 22일 재학 중인 이화인 3인은 '특수 감금'혐의로 경찰에게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경찰에 출석한 이화인들은 10시간에 걸친 압박 조사를 받았으며 SNS, 통화 내용과 같은 개인 정보까지 수색 당하였다. 또한 9월 23일에는 추가로 3인의 이화인이 소환 통보를 받았다. 심지어 학교와의 협조 관계가 의심되는 졸업생 변호사가 교수 3인과 이화인 23인을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고발, 진정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학교 본부는 이화인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버렸다. 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의사 표명 행위를 한 이화인들을 범죄자로 치부, 학교와 학생 간의 관계에 경찰 권력을 개입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신변의 위협을 받는 학생들에 대한 효력 있는 보호 조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를 강력히 비판하는 바, 적절한 법적 지원을 통해 경찰 수사 대상이 된 이화인들을 법적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하라.
 

하나. 비리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

  1886년 시작된 이화는 여성 교육과 사회적 평등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최 전 총장 및 학교 본부가 권력과 결탁한 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는 입학처장의 지시에 의해 자격 미달의 학생이 입학 처리되었고, 한 사람의 학점 취득을 위해 학칙이 급히 개정되기까지 했다. 최 전 총장 및 학교 본부는 우연의 일치일 뿐 어떤 특혜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특혜 제공을 거부해 압박을 받았던 과거 지도 교수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 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최 전 총장의 사퇴는 꼬리 자르기로 비리를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학교 본부는 학업을 위해 정직하게 노력해온 학생들과 양심적인 교육자들에 대한 우롱을 중지하라. '이화'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충실히 해명하여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라.
 

하나. 이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학교 관계자들을 처벌하라.

   학교 본부 측은 미래 라이프 대학 신설을 두고 벌어진 대치 사태를 '감금'이라고 호도하며 이화인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았다. 또한, 교내 대규모 경찰 병력 투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위선적이고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이화인들을 불순한 무리로 매도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 학교 본부 측의 태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거짓 변명으로 학교 구성원과 언론 매체를 호도한 책임자를 문책하라.

  아울러, 최근 밝혀진 입시 비리와 학사 문란에 대해서도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학사 규정 적용에 있어 공정하고 엄격하던 이화의 정신은 일부에 의해 훼손되었다. 이화의 가치를 저버리고 학내 비리의 원인제공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라.
 

 하나.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를 확립하고 총장 선거의 투명성을 확보하라.

  10월 19일 이화여대 교수 비상 대책 위원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총장 선출 제도 마련과 재단 이사회를 비롯한 구조적 개선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9월 12일 전체학생총회에서는 학내 의사결정구조 민주화를 위한 3대 요구안이 의결되었다. 이화를 사랑하는 이화인들 또한 이와 뜻을 같이 하는 바이다.

  현재 총장 간선제는 총장 후보 추천 위원회가 세운 후보 중 1인을 이사회가 최종 선출하는 구조로, 이를 통해서는 학내 구성원의 신뢰와 인정을 받는 총장이 뽑힐 수 없다.

  학교 본부의 불통과 졸속 행정은 본관 점거를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자 지난 2년 간 이화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미래 라이프 대학 사업 역시 그러하다. 장학금의 일방적 폐지 및 축소, 파빌리온 졸속 건설, 프라임 사업 통보 등은 모두 학생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이다.
 

   이사회는 이화인의 목소리를 막고 섬김과 나눔의 이화 정신을 훼손하는 불통 행정과 졸속 행정, 비민주적 지배 구조를 철폐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제도와 투명한 총장 선출 제도를 마련하라.

장장 86일간 이어진 이화인들의 본관 점거 농성은 이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이 농성은 역사상 전례 없는 민주적 절차, 평등과 평화를 근간으로 한 최초의 시위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농성의 끝은 우리 이화인에게 또 다른 시작이다.

  이화에 영원할 것 같았던 어둠 속에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이화의 모든 구성원들은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 고난의 시간을 함께 견뎌냈고, 마침내 극복했다.  

이화의 정신과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마음을 열고 뜻을 나누었으며, 이화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더디지만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이화인들은 매 순간 최고의 선택은 아닐 지라도 최선의 선택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달팽이와 같이 느린 발걸음을 딛는 이화인들을 믿고 이해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긴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었다. 변화가 시작되는 곳, 이화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 새로운 이화의 내일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불안에 떨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려도 결국엔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우리의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의에 침묵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이 학문의 전당에 다시는 어둠이 자리하지 않도록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눈을 감고 귀를 닫는 불통의 리더가 다시는 이화를 이끌지 못하도록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첫째, 참된 지성인을 키우는 '진'으로서의 이화,
둘째,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를 실천하는 '선'으로서의 이화,
셋째, 따뜻함으로 더욱 하나되는 '미'로서의 이화를 끝까지 지킬 것이다.

그리하여 130년 이화의 전통과 가치를 이어갈 것이다.

2016년 10월 23일, 본관에서
이화를 사랑하는 이화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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