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에게 다가서는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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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에게 다가서는 규제개혁
  • 행정신문
  • 승인 2014.03.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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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소위 끝장토론으로 진행한 바 있다. 그 두 번째 세션에서 필자가 발표한 자료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간 우리나라의 규제개혁이 부진하거나 미흡하였던 요인을 국민의 눈높이, 기대, 수용, 용기, 사랑, 안정감의 6가지 차원과 규제공급자인 공무원의 입장 1가지 차원에서 재조명하고 그 해결의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눈높이, 즉 국민의 입장에서 규제를 보지 않았다. 행정규제기본법이라는 법령상의 ‘규제’이외에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5가지 종류의 규제그룹이 있는 바, 제1규제를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로서 등록되어 있는 규제사무라 한다면, 제2규제는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이지만 현재 등록하고 있지 않은 숨겨진 규제(그림자규제), 3규제는 행정규제기본법상 적용 제외된 사실상 규제이며, 제4규제는 행정관청이 아닌 공공기관들이 부과하는 제약과 의무인 유사규제, 제5규제는 보조금 등 시혜사업에 부과되어 있는 시혜조건규제라 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제6규제는 아무 근거 없이 자행되는 행정지도·단속·감독 등과 같은 탈법규제라고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등록된 규제 이외에 국민의 입장에서 규제로 인식되는 모든 규제성 정책과 제도를 개혁과 혁신의 대상으로 인지하여야 한다.

둘째, 국가번영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기대에 규제개혁이 부응하지 못하였다. 한편으로는 ‘투자 부진’과 ‘일자리 감소의 고통’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고 구호에 그친 결과,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하였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융합’, ‘ActiveX식 전자거래’ 등의 부문에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수많은 기득권보호규제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그 공과를 가려내지도 못하였고, 사회적으로 협의를 매개하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번영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기대에 규제개혁이 부응해야 한다. 필자의 생각에는 사회협약적 규제개혁으로 각종 ‘덩어리’들을 점진적으로 그러나 확고하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례로 창의창조경제의 실제적인 구현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하여 수도권규제를 대승적으로 완화하면서 소외된 지역의 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협약이 가능하다. 또한 청년 일자리문제는 단순히 실업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이 미래 사회의 흐름에 적합한 훈련과 식견을 배양할 기회를 망실한다는 국가인재의 양과 수준에 치명적인 위협의 문제이다.

이러한 중대한 문제의식을 국민들이 심각하게 공유한다면, 노동유연성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면서 재취업기회확대와 실업의 공포를 보완해주는 사회적 협약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중소기업 사장님을 보호하는 현행 중소기업 보호규제를 창업하려는 사람과 중소기업에 취업해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중소기업 진흥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셋째, 국민이 규제개혁을 자발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간은 국민들이 자신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규제혁파에 대하여 납득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간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었던 집단은 일반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와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바, 결과적으로 국민의 대부분이 규제개혁과정에서 소외되어 규제개혁의 과실을 나누지 못하였다.

따라서 동시다발적으로 전 분야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하여야만, 국민들의 피해의식을 건설적인 대안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규제개혁의 주체가 규제의 공급자인 정부로 귀인하고, 국민들은 구경꾼으로 전락하여 국민이 규제개혁의 주체로서 용기를 품기 어려웠다. 또한 현 상황은 규제의 실질적인 강도가 과도하게 강하여, 개별 국민의 입장에서 규제개혁을 요구할 용기를 내기 어렵다.

그 결과 자발적이며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실험과 도발의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비정상적인 규제집행과 약탈적·착취적인 재량권행사에 대하여 국민들이 용기를 갖고 시비를 가리게 할 수 있도록 온라인·오프라인 신고 및 피드백시스템을 전폭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다섯째, 국민이 규제개혁을 사랑하지 않는다. 정부가 그간 규제개혁을 기업에 대한 편의제공이나 불편해소로 오해하거나 야합하여 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보편적인 지지나 사랑을 외면해 온 측면이 있다. 즉 국민의 실재적인 불편과 부담은 경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 규제개혁을 사랑할 수 있도록 국민의 불편을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해결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관련 공무원을 규제대행관으로 임명, 집행현장에 배치하여, 규제사무를 대행케해 주어서 국민들의 규제관련 거래비용을 절감해주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여섯째, 국민이 규제개혁이 항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안정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즉 미미하기 이를 데 없는 집행역량은 강화하지 않고, 정부별로 각종 획기적인 규제개혁아이템을 시도하였으나(네거티브시스템, 옴부즈만, 규제일몰제 등), 모두 실패하였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 추락한 것이다.

또한 법정 규제개혁위원회의 권능을 우회 내지는 회피하려는 목적의 정치적 기구를 남설하여, 규제개혁이 한시적인 정치적 구호성 과제로 인식되어 왔다.

이제는 규제개혁이 지속될 것으로 믿는 안정감을 국민들이 갖도록 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우선 규제개혁위원회의 전문성과 행정적 역량을 대폭적으로 보강하여, 임시방편적인 구호나 돌발적인 결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규제개혁이 항구화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규제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증빙 역량, 규제+사회협약을 달성할 수 있는 협상능력, 무역장벽기술규제(TBT)에 대한 연구와 국제교류, 이해관계에 편향되지 않은 독립적인 관점과 전문적 활동 등이 가능한 수준의 역량이 확보되어야만 본질적인 규제개혁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의 입장을 검토해보면, 악의로 기업과 국민을 착취하는 일부 잔존된 경향은 언제라도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선의의 공무원이라도, ‘반 규제개혁적’인 감사관행에 대한 두려움, ‘규제의 불가피성’에 대한 과도한 확신, ‘규제의 성과와 효율성’을 무시한 ‘불량 규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념적 지지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저품질 규제관행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진정으로 정부3.0에 걸맞은 행정철학과 방식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즉 군림하지 않고 국민과 기업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연구하고 공감하는 한편, 지역사회 및 일반국민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어려운 과업을 해결해낼 수 있는 역량을 공무원들이 키울 수 있도록 공무원교육과 인센티브 및 행정문화의 일대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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