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선장의 책무

2014-04-21     행정신문

1912년 4월15일 대서양을 건너 뉴욕으로 항해하던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4만6천톤 규모의 11층 구조를 가진 거대한 초호화유람선의 참사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된 바 있다. 2,224명의 탑승객중 710명만이 목숨을 건졌던 세기적 참사였다.
당시 타이타닉호의 스미스선장은 바닷물 속에서 허덕이는 승객들에게 구명보트를 챙겨준 후, 자신은 침몰하는 배에 돌아와 배와 함께 최후를 마쳤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자기의 직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장렬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학생 등 탑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6천 8백톤규모)가 진도앞바다에서 침몰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4월21일 현재, 탑승객 중 174명만이 구조됐다.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대형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불과 2개월전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가 일어나 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이다.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으로 계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대형참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누구보다도 위기상황을 지휘하고 승객의 안전과 구조를 책임지는 선장이 자신과 선원들만 챙겨 최초로 배에서 탈출, 구조된 화면이 텔레비전에 비칠 때 국민들은 누구나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위야 여하튼 간에 선장과 선원은 위기의 조난현장에서 승객의 대피와 안전을 조치한 후 맨 나중에 내렸어야 마땅했었다.

선원법에도 선장에게 인명, 선박 등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겼을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선장과 책임 선원들이 구속 수사중에 있거니와 상응한 법적 책임이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선장은 선박의 안전운행과 승객보호를 책임을 지는 단위 조직의 리더이다. 그 리더가 제 직무를 제대로 못해서, 그 참화는 이처럼 엄청나게 된 것이다.

승무원 중에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자기는 정작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채 생명을 잃은 고 박지영(22)씨 같은 아름다움도 있다고 한다.

단원고등학교학생들의 인솔책임자였던 교감선생님도 구조된 후 자책감으로 참사현장의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4월은 이다지도 잔인한 달인가! 나라 전체가 먹구름 속에서 비탄에 빠져있다.

어린 꽃봉우리들, 채 피어나보지도 못한 채, 그 어둡고 파도치는 바닷물 속에 목숨을 잃었을 것을 생각하면 국민 누구나 억장이 무너진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통과 간절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앞으로 구조작업이 매듭지어지면 또 어지럽게 종합대책이니, 법제정이니, 시스템구축이니, 제도보완이니 하고 야단법석 할 것이다. 언제나 상례적으로 답습하는 프로세스이다.

물론 그런 과정도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대형참사는 대부분 인재(人災)에서 비롯되고 있다. 아무리 제도나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어도 결국 운영하는 사람의 손에 성패가 달려있다.

사문화(死文化)된 법규정이나 작동되지 않는 시스템은 오히려 번거롭기만 할 뿐이다. 사회전반의 불감증을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또 일단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2003년 2월에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었다. 당시 참사를 수습하면서 재발방지책이 강구되었으나 정작 이루어진 것은 차량의 의자 등을 내화재로 교체하고, 방독면 정도나 구비한 상태다.

누가 발화물질을 가지고 지하철을 탄들 아무도 이를 체크할 장치도 인력도 없다. 재난 발생시, 미로와 같은 지하철 통로를 어떻게 빠져나갈지 아무도 모른다.

승객이 정류장을 지나쳤다고 항의하면 기관사가 지하철을 역주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은 우리 주위에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우리사회가 이처럼 안전불감증에 있는 한 대형 사고는 항상 우리 주위를 맴돌게 된다.

같은 해상침몰사건에서도 타이타닉호 선장은 직분을 다함으로써, 죽어서도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 있다. 그의 고향, 영국의 리치필드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도 서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세월호의 선장은 자신의 직무를 저버림으로써 살아서도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오욕을 겪게 되었다.

무릇 인재(人災)를 막으려면 사람을 제대로 써야한다. 그리고 쓴 사람은 제대로 직분을 다 할 수 있게 끔 그 밑바탕을 단단히 다지는 교육훈련등 실천작업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