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견제용 기획수사'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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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견제용 기획수사' 진실게임
  • 행정신문
  • 승인 2015.04.2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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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회장...검찰수사는 이 총리ㆍ청와대 합작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죽은 자와 산자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이완구 총리가 반기문 견제용으로 자신을 기획수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펄쩍 뛰고 있다. 반기문 견제용 기획수사 과연 신빙성이 있는 말인가. 우선 성 전회장이 일간지 인터뷰에서 밝혀 불씨가 된 문제발언을 정리하면 이렇다.

녹취록에 의하면 성 전회장은 검찰수사를 이완구 총리와 청와대 작품이라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상당히 토로하면서 “이 총리가 정치적으로 반기문을 의힉해 그렇게 나왔다. 내가 반기문과 가까운 건 사실이고 반 총장이 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고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를 통해 본다면 청와대나 이완구 총리가 반기문 대망론을 의식해 반 총장과 가까운 자신을 기획사정의 표적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기획사정과 관련해 반 총장측은 워싱턴주재 한국취재단에 “성 전회장과 특별한 관계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기획수사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반 총장과 성 전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 전 회장이 주장한 내용과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반 총장 주장 그대로 믿을 수 있나

 

하지만 반 총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성 전 회장이 주도해 만든 충청포럼 모임 때문이다. 이 모임에는 충청도 출신 정치인과 정ㆍ관ㆍ언론계 인사 3천 500여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굉장히 큰 모임으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 총장은 외교부 장관을 지낼 때에도 충청포럼 행사를 챙겼고 UN 사무총장이 되어 방한했을 때에도 충청포럼 행사에 참가했다. 또한 반 총장 친동생은 경남기업 고문으로 고문으로 있다. 어느 정도 돼야 특별한 관계라고 할 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라면 특별한 관계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반기문 대망론이 과연 반 총장의 내면적인 생각과 일치하는 걸까. 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당사자는 대선에 대해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데 성 전 회장이 그런 식으로 말하고 다녔을 가능성도 보인다.

성 전 회장은 정치권 인사를 만나면서 반기문 출마설을 얘기하고 다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 해 11월 새정치연합 권노갑 고문을 만난 자리에서 ‘반기문 총장이 야권후보로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는 부분도 알려져 있다. 이런 연유로 성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가 자신을 기획수사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기획수사 밑그림은 누가 그렸나

 

만약 기획수사를 한다면 밑그림은 누가 그리는 걸까. 최소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정도는 알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직접 수사를 하는 당사자인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 또한 모를 리 없는 것 같다.

국무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경남기업 내지는 자원외교 수사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누가 기획수사를 지시했을까.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게 된다. 우선 청와대의 지시, 두 번째는 청와대와 국무총리가 합작해 만들 가능성, 세 번째로 성 전 회장이 순수하게 오해했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단독판단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반기문 대망론을 띄운 사람은 성 전 회장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띄운 세력은 친박계였다. 30여명 친박계 의원들은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김무성ㆍ이재오 등 새누리당 비박계 차기대선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어떻게든 대선후보를 만들어야 하고 비박계 견제용으로 반기문 카드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던 것.

이런 사실을 청와대가 과연 몰랐을까.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두 번째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의 합작품일 가능성이다. 만일 청와대가 ‘반 총장은 어차피 출마해도 아군이 안되고 야권으로 갈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성 전 회장의 주장처럼 이완구 총리가 “‘충청권 야망론’을 자신이 가져야 하고, 반 총장은 안된다”고 생각해 반 총장의 손발을 묶고 싶었다고 가정한다면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가능성도 보인다. 이러한 가정이 성립한다면 성 전 회장은 기획수사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성 전 회장의 순수한 오해였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와는 많게는 23번이나 만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수사가 초기단계였을 때에 성 전회장이 친이계라고 했다. 이같은 사람이 친이계인지 친박계인지 구분도 못했을까. 검찰 혼자서 언론에 성 전 회장이 친이계라고 흘렸겠는가. 누군가가 친이계로 몰아세울 만큼, 오해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런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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