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칼럼] 사람 제대로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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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칼럼] 사람 제대로 써야한다
  • 행정신문
  • 승인 2014.04.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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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양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현 영산대 법경대 교수)

신뢰와 창조를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늘 그러듯이 조직부터 우선 손을 대게 된다.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개명되고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부가 신설되기도 했다. 조직이 바뀌면 후속인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래 그간 크고 작은 정부인사가 이루어졌다. 외교, 국방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인사에 대하여는 제대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인사풀 자체가 좁은 탓도 있겠고 인사추천과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정부기능에 있어서 인사가 핵심이다. 조직이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인사는 ‘소프트웨어’ 인 것이다. 조직을 실제 움직여 나가는 것은 사람이다. 인사를 제대로 하면 조직이 살고, 인사를 제대로 못하면 조직이 그 기능을 상실해서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일류 국가들이나 기업들은 우수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명의 인재가 조직을 바꾼다.’ 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인물을 쓰는가에 따라 국가와 기업이 흥성하기도 하고 퇴락하기도 한다.

2013년 2월25일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권력핵심부에 군 출신과 관료출신들을 대거 기용했다. 특히 청와대에는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대부분을 관료출신으로 충원했다. 일반적으로 군 출신과 관료출신들은 안정감과 사명감은 강한 면을 보인다. 그러나 신선미와 탄력성이 떨어지고,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해서 탁상행정에 흐를 우려도 있다. 그래서 너무 한쪽에 치우치는 인사는 상책이 못되는 것이다.

정부인사는 편협하게 해서는 안 된다. 문호를 활짝 열고 인사원칙의 대도를 따라야한다. 인사원칙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적재적소의 배치’ 원칙이다. “그 자리에 갈 만한 사람이 갔다”고 평가받는 인사가 그것이다. 결코 연분 등에 구애됨이 없이 심지어 선거에 반대했던 사람이더라도 능력이 있으면 과감히 등용해야 한다.

속 들여 보이는 연고주의나 분파주의에서 ‘감’이 되지도 않는 사람을 임용하면 ‘역시 다를 바 없구나’라는 실망과 탄식이 흘러나오게 된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질과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할 때 피해는 엄청나다. 조직의 사기는 떨어지고 행정은 제대로 처리되지도 않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흔히 인사는 그릇 쓰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류요리점에 가보면 그릇이 다양하고 그 크기가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나오는 음식을 보면 그릇에 맞게 모양 있게 담아 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법도가 있는 집의 제사 음식 차린 것을 보아도 각 그릇이 그 용도에 맞게 쓰여 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 쓰는 것도 그릇 쓰는 것과 유사하다. 그 그릇에 맞는 인사가 이루어졌을 때 보기도 좋고 정부의 능률도 높아진다. 그릇 크기와는 무관하게 끼리끼리의 인사가 이루어지면 모양새가 매우 어색해 보인다.

제대로 인재를 등용하려면 밀실에서 몇 사람이 모여 인사 결정하는 방식이어서는 않된다. 각계의 권위자와 인사전문가가 참여하는 인사추천시스템이 구축되어야한다.

인사추천기구에서 제대로 공직품격을 갖춘 인재를 추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다음에 그 후보자를 정밀하게 검증해서 국회인사청문회에 내보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출범초기와 같은 청문회 전에 사퇴하는 촌극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재추천과정에서는 인재풀을 광범위하게 넓혀야한다. 친분과 정파를 떠나 대승적 견지에서 능력본위의 인사를 펼쳐져야한다. 설혹 반대파라 할지라도 적임자가 있으면 과감히 등용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링컨대통령의 인사사례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된 링컨은 변호사시절 자기를 ‘촌뜨기 변호사’라고 모욕을 줬던 스탠튼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링컨의 참모들이 그 임명을 말리자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백번 무시한들 어떤가? 그 사람이 국방장관이 되어 자기 일만 훌륭히 수행해 주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

그 후 링컨이 암살자의 총탄에 쓰러지자 그 장례식장에서 가장 슬프게 눈물을 흘린 이가 바로 링컨에 의해 국방장관에 임명된 스탠튼이었다.

무릇 태산은 흙을 가리지 아니하고, 바다는 강물을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 제대로 된 인사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작은 틀의 편협 된 인재풀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큰 틀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등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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