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et’보다 의미있는 ‘Thing’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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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et’보다 의미있는 ‘Thing’ 우선해야
  • 행정신문
  • 승인 2015.04.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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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IoT 시장

ECONOMY

  ‘Internet’보다 의미있는 ‘Thing’ 우선해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IoT 시장

IoT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ICT 시장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이다. IoT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센서, 네트워크 트래픽 비용 등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애플, 구글 등 거대 사업자 중심의 IoT 생태계는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산업의 사업자들이 IoT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올해 초 열렸던 CES에서 IoT 관련 전시 업체 수는 900여개로, 전체 참가 업체의 25%에 달했다. 벤츠, 포드 등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기조 연설을 하면서 미래형 무인 자동차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개별 IoT 제품 관점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가치를 느낄 만한 성공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대표적 IoT 제품인 스마트 워치는 기존의 건강 모니터링 중심의 기능에서 진화하여 모바일 결제, 스마트홈 제어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중이지만, 소비자들이 ‘차야 할 이유’를 아직까지 명쾌히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스마트 밴드도 소재, 폼팩터 진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는 IoT에 대한 회의적 시각마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IoT 시장 과도기 속에서도, 거대 사업자에 인수되거나, 대규모 펀딩에 성공하는 등 주목할 만한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들도 있다. 스마트 스푼 ‘리프트웨어(Liftware)’, 스마트 밴드 ‘고비(GoBe)’ 그리고 이제는 잘 알려진 ‘네스트(Nest)’ 등은 명확한 타깃 고객과 분명한 고객 가치, 이에 기반한 연결(Connectivity)을 통해서 긍정적인 성과들을 보여 주고 있다. 즉, 이들 제품은 Connectivity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제품이 지닌 본질적 고객 가치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IoT 환경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고객 가치 창출의 본질이 크게 바뀐 것 같진 않다. Internet of Things 환경에서도 ‘Internet’보다는, 의미 있는 ‘Thing’을 찾아내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네스트처럼 Internet이 Thing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겠지만, Thing 자체의 기능이나 가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연결되는 것만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IoT가 보편화되지 않은 IoT 초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올해 ICT 산업의 화두 중 단연 돋보이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평범한 사물들이 지능(Intelligence)과 연결성(Connectivity)을 기반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IoT 개념은 스마트홈(Smart Home), 웨어러블(Wearable Device), 스마트카(Smart Car) 등의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IoT 제품과 서비스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11년 등장한 네스트(Nest)의 스마트 온도 조절기(Thermostat)가 지금까지도 대표적 성공 사례로 언급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IoT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엇갈리는 전망 속에서도 IoT의 잠재력을 가늠하게 하는 사례들은 존재한다. 이러한 사례들로부터 게임의 법칙을 유추하는 것은 IoT 시장의 개화를 앞당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개화의 모멘텀은 긍정적

IoT가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지 확산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많은 시장 조사 기관들은 향후 5년 내에 IoT 기술이 적용된 기기와 그로 인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Cisco는 2020년 500억개의 IoT 디바이스가 세상에 존재할 것으로 전망한다. IDC는 2020년 IoT 디바이스, 서비스로부터 창출되는 시장 규모가 7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환경은 분명히 우호적이다. 우선 IoT 기술을 구현하는 주요 하드웨어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개별 제품에 탑재되어 데이터 송수신에 관여하는 와이파이 칩의 가격은 2010년 1.5달러에서 2015년까지 0.8달러 수준으로 47% 정도 떨어질 전망이다. 온도 센서 칩의 경우 같은 기간 1달러에서 0.75달러로 25% 수준 하락할 전망이다. 또한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는 단위 비용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 비용도 하락하고 있다. ICT 산업 안팎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IoT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2014년 구글은 네스트를 32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가정용 CCTV 제작사인 드롭캠(Dropcam)을 5억 5,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시장에 기대감을 조성했다. 애플도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HomeKit)을 발표하고, 스마트 워치인 애플 워치(Apple Watch)를 공개했다. 소비자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보안 사업자들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AT&T는 2013년 5월 출시한 스마트홈 서비스 디지털 라이프(Digital Life) 가입자가 2014년 9월 기준 14만 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했다. 가전 제품 전시회인 올해 CES에서 벤츠, 포드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스마트카 등의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한 점 역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사업자들의 이러한 행보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CES에서도 네스트와의 연결 프로토콜인 ‘Works with Nest’에 스마트 도어락 August, 운전자 주행 경로를 파악하는 Automatic 등이 참여 계획을 밝혔다. 애플도 최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Apple Pay)의 제휴 기관이 750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많은 아이디어… 그러나 많지 않은 성공 사례

하지만 이러한 논의들 대부분이 시장은 반드시 열릴 것이라는 관점, 즉 공급자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아직 한계이다. 이미 9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사업자들에 의해 IoT 비전이 제시되어 왔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치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10월 시장 조사 기관 Gartner가 미국, 독일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향후 12개월 내에 홈오토메이션, 에너지 원격 제어와 같은 스마트홈 주요 기능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80%를 상회한다. IoT 기술이 가장 가시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홈시큐리티 영역에서도 소비자들은 원격으로 조명, 공조 등을 제어하는 IoT 기능보다는, ‘낮은 서비스 요금’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한다. 홈시큐리티에 대한 니즈가 분명한 소비자들조차 IoT에 큰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까지는 없는 것이다. IoT는 아직 소비자 관점에서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것’일 수 있다. 충분한 매출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지만, IoT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기능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IoT의 방대한 영역을 고려할 때 전체 시장을 망라하는 분류 기준을 적용하기는 다소 무리일 수 있지만, 크게는 제품 자체에 IoT 기능이 직접 적용된 IoT 제품군과, 기존의 일반 제품에 IoT 기능을 접목시키는 IoT 액세서리로 구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IoT 제품군으로는 스마트 워치, 스마트 밴드, 스마트 의류와 같이 사용자가 웨어러블 형태로 착용하여, 건강 상태 등을 모니터링하는 기기들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중 LG, 삼성, 애플과 같은 ICT 사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스마트 워치는 사용자의 심박수, 걸음수와 같은 기존의 건강 모니터링 중심에서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 스마트 가전 등을 제어하는 컨트롤러로서의 기능까지 확장되는 추세이다. 핏빗(Fitbit), 조본(Jawbone) 등의 스마트 밴드도 스마트 워치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사용자의 건강 상태 등을 모니터링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 밴드는 상시적 부착 등에 대한 사용자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품의 소재와 폼팩터(Form factor)가 진화하고 있다. MC10에서 개발한 바이오스탬프(Biostamp)는 가슴, 팔목 등에 반창고 형태로 부착하여 사용자의 심박수와 체온, 몸의 자세 등을 직접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한다.
건강 모니터링 제품은 사용자 본인의 건강을 관리하는 제품뿐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아기, 시니어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제품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오울렛(Owlet)의 스마트 양말은 아기의 체온, 산소 포화도와 같은 생체 정보를 부모가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해준다. 라이블리(Lively), 케어 프리딕트(Care predict)와 같은 제품은 혼자 지내는 시니어의 일상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이 생길 경우 보호자에게 알람을 전송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또 다른 IoT 제품군 중에는 스마트 도어락, 가스 밸브, 창문 센서와 같이 원격 제어를 통해 사용자에게 안전과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고지(Goji)의 스마트 도어락은 출입문에 부착하여 사용자가 원격으로 현관의 개폐를 제어할 수 있으며, 방문자의 모습을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러한 소형 기기들은 주로 AT&T, ADT와 같이 시큐리티 중심의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의 플랫폼에 연동되어 기능을 구현한다.

그 밖에도 IoT 제품군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사용자에게 강수 확률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 우산과 같은 제품이 이미 수 년 전에 출시되었으며, 최근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의 롤프 후트(Rolf Hut) 교수는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진동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여러 지역의 강우량 정보를 종합하여 제공하는 제품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떨어져 지내는 사용자 간의 교감을 위한 제품들도 존재한다. 필로 토크(Pillow talk)는 베개의 색상과 음향을 통해서, 같은 베개를 사용하고 있는 가족이나 연인의 심장 박동 등을 느끼게 해준다. 이상의 IoT 제품군과는 달리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기존의 제품을 스마트하게 진화시켜 주는 IoT 액세서리도 다수 존재한다. 벨킨(Belkin)의 스마트 플러그(Smart plug)와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램프 조명이나 TV의 전원 플러그에 부착하여 해당 기기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원격으로 제공하거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해당 기기를 원격 On/off 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타도(Tado)와 같은 적외선 기반의 게이트웨이(Gateway) 제품은 사용자가 원격으로 집 안에 있는 에어컨의 동작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 타도와 같은 제품이 스마트 플러그와 다른 점은, 단순한 On/off 기능 등을 제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적외선 리모컨을 써야 하는 에어컨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핀란드의 에네보(Enevo)는 공용 쓰레기통 뚜껑에 부착하여 쓰레기통의 수거 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원격으로 제공하는 센서를 판매하고 있다.
 

명확하고 의미있는 타깃 고객
 

이처럼 많은 제품들 가운데 아직 성공 사례로 내세울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중에는 명확한 타깃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로 주목 받는 프론티어들의 제품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서 IoT 시장의 성공 법칙을 읽어내는 것은 결국 사업자들의 몫일 것이다.
2014년 구글이 인수하여 향후 IoT 제품으로서의 진화 가능성을 주목 받고 있는 ‘리프트웨어(Liftware)’를 보자. 일종의 스마트 스푼인 리프트웨어는 손동작 감지 센서와 소형 온보드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약 300달러에 출시된 이 제품은 미국에서만 2백만명 이상이 고통 받고 있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손떨림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진동 감지 센서와, 역으로 떨림을 보정해주는 기술을 활용한 이 스푼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은 혼자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임상 실험 결과, 평균 70% 가량 흔들림을 줄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 삶의 위엄과 자존감을 되돌려준 혁신 제품이라 할 만하다. 이 제품에서 보듯이 의미 있는 제품이 반드시 거창하고 최첨단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건 아니다. 이미 손떨림을 보정해주는 기술은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등에 널리 상용화되어 있다. 기존 기술에, 의도치 않은 손떨림과 의도한 손동작을 구분하는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의미 있는 가치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구글은 이 제품에 IoT 기술을 접목하여 향후 파킨슨병 환자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리프트웨어 사례는 고객 명확화의 출발점은 의미 있는 고객이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아주 극소수이기보다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에게 인간으로서의 근본적 불편을 해소해주거나, 사용자의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해준다는 점에서 시장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소소한 재미를 주는 수준으로는 IoT 시장을 본격화하는 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에 집중한다면 시장 확장성에 더 유리할 것이다.

타깃 고객의 눈높이

IoT 서비스 구현에는 명확한 고객 정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IoT로 더 나은 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미세먼지 검출 기기를 가정해보자.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기 측정 센서를 통해 이산화질소와 탄소, 습도, 온도 등을 측정하여 공기의 오염도를 알 수 있다. 일반 가정용이라면 기준치 대비 공기 질이 나빠지게 되면 공기청정기나 스마트폰 등에 장착된 소형 센서 및 앱을 통해 감지 및 알람 기능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라도 알레르기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을 필요로 한다면, 그에 맞게 특화된 공기 성분을 대상으로 하는 좀더 고도화된 센싱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폐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병원용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미세먼지 성분, 크기, 크기별 개수에 따라 환자의 건강 및 생명까지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치는 물론이고 경고 시점 등에 대한 정확도와 신뢰성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이렇듯, IoT 서비스의 사용자를 누구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기존에 나와있는 기술로도 충분히 아이디어 중심으로 사업화가 가능할 수도 있고, 신뢰성 있는 서비스 구현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정밀하고 검증된 기술 개발로 인해 사업화 준비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일반 개인 소비자 대상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IoT 사업화를 전개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고도화된 산업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따라 시장 개화의 시기와 접근법은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

실질적인 소구 가치

타깃 고객이 정의되었다면, 그들에게 어떤 가치로 소구할 것인가가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지금도 여러 IoT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초기 제품들이다 보니 흥미를 끄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운동량을 측정하기 위한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와 유사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워치만 해도 이미 수십 종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출시 초기에 불러일으켰던 관심에 비하면 아직은 미흡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 정원 관리 시스템’이나 ‘블루투스 자물쇠’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계속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니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같은 고도의 정밀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IoT 제품들은 상용화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Concept 수준 제품은 차치하고라도 이미 출시되어 주목을 받았던 다수의 IoT 제품들은 왜 고객들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걸까?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아직 본질적 가치 측면에서 IoT 이전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별로 나아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심박수, 혈압 등을 측정하는 헬스케어 기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마트 워치나 밴드형 기기를 통해 개인들이 손쉽게 다양한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방향성은 좋지만, 실제 경험해 본 사용자들에게 측정의 불편함, 측정치의 정확도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연계된 서비스가 뚜렷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각종 신체 정보 패턴이 모아진다 하더라도, 결국 사용자들은 이 정보들을 검증하고, 실질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서 IoT 서비스 이전에도 존재했던 오프라인 의료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 관점에서는 측정치 정확도도 담보되지 않고 사후 대응도 연계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디바이스를 왜 사야만 하는지에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물론, IoT라는 개념이 제품화로 이어지는 초기 상황임을 고려하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준은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T 기기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대체로 막연한 기대 속에 여러 기능들을 넣어 가능성을 탐색하는 식이다. 이런 접근법으로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요원해 보인다.

핵심적인 사용자 가치에 집중

오히려 불확실한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타진하기보다는 타깃 고객들이 원하는 핵심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IoT 시장 개화를 앞당기는 데 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 힐비(Healbe)사가 개발한 ‘고비(GoBe)’가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고비는 100% 자동으로 음식 섭취량과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일종의 웨어러블 밴드이다. 건강 관리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칼로리 섭취 및 소모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에 집중한 것이다. 올해 1월말 약 300달러에 출시된 고비는 압력 센서, 임피던스 센서, 가속도계 등 센서 3개와 체내 포도당 농도를 분석하는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이용해 칼로리 변화량을 계산하여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기존 수동 기기를 통해 칼로리를 측정하는 기기들의 정확도가 40~70% 수준인데 반해, 피부 접촉만을 통해 자동으로 측정되는 고비의 정확도는 84~93% 정도로 알려져 있다. 힐비사는 측정치의 정확도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위해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내분비학 전문의, 수학자, 물리학자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을 개발 단계부터 참여시켜 기술을 정교화하고 인증 받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당초 의료용으로 개발되었던 이 기기의 정확도가 의료용 수준에는 못 미치자, 실질적 고객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일반 개인용 피트니스 관리로 타깃 시장과 고객을 재조준하여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고비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구현할 최적의 기술과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으로 지난해 이미 펀딩 목표액의 10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들이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가치 구현을 위한 효율적 연결

지금은 경쟁력 있는 IoT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네스트도 처음부터 여러 IoT 제품, 서비스들의 구심점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네스트 스마트 온도 조절기는 우선 제품 자체의 높은 완성도로 소비자들에게 소구한 이후,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패턴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에너지 사업자들의 수요 관리 서비스와 결합하여 러시 아워 리워드(Rush hour rewards)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에너지 사업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IoT로 대응해주면서, 소비자들에게는 ‘금전적 보상’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보험 업계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UBI(Usage-based insurance) 서비스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IoT 센서를 통해 분석한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에 대한 정보를 보험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안정적인 운전 습관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는 그에 맞게 할인된 보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소비자와의 서비스 접점에 있는 사업자들이 지닌 니즈에 IoT 기술을 접목시키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했다. 그런 관점에서 IoT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우선’ 접근법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한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IoT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자들은 대부분 경쟁적으로 홈킷, 네스트와 같은 플랫폼 생태계 편입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iOS 등 거대 OS 생태계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은 거대 OS 생태계로 모여들었고, 이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묶어 두는 Lock-in 요소로 작용하여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다. 하지만 IoT 환경에서는 스마트폰과 같은 생태계가 급격히 형성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계 비용의 개념이 다르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S/W 기반으로서 사용자 기반 확대에 필요한 한계 비용이 크지 않은 반면, IoT 생태계는 말 그대로 H/W 제품군(Things)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Connectivity에 필요한 전용 통신칩 등 물리적인 비용과 시간이 수반된다. 또한 IoT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의 이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AllSeen Alliance,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와 같은 여러 통신 프로토콜 중의 어느 하나가 단시일 내에 시장의 지배적인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가 아직 단일 IoT 제품들에서도 분명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플랫폼 참여를 통해 답을 찾으려는 접근이 유효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앞서 IoT에 대한 일부 소비자 조사에서 본 것처럼 Connectivity는 모든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IoT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Gordon Hui는 “Do people really want smart toothbrush?”라는 글에서, 사용자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Connectivity에서부터 제품 개발을 시작하려는 사업자들의 성향을 경계했다. 모든 영역이 그렇듯 여기에도 하나의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 구도가 아닌 고객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IoT 시장 초기, ‘Internet’보다 ‘Thing’에서부터
 
IoT 시대가 오고, Connectivity라는 속성이 접목되면서 제품, 서비스 개발 철학이 달라진 것 같지만, 결국 가치 창출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물 간의 연결이 중요해졌다고는 하지만, 일단 연결해놓고 고객 가치를 고민해보자는 식의 접근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리프트웨어, 힐비, 네스트 모두 ‘Internet’ 보다는 의미 있는 ‘Thing’이 전제 된 경우이다. 모두가 수긍할 만한 성공 사례의 출현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업계 내에는 IoT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IoT 영역인 커넥티드홈(Connected home)의 개화 시점에 대해서도, 가트너가 예상하는 5~10년보다 더 이후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 기류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지금의 IoT 시장만큼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된 산업은 많지 않다. IoT 제품과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재료비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심지어 경쟁사에게까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방하며 생태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사물 간의 기술적 연결은 더욱 용이해졌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제2, 제3의 네스트가 빨리 등장한다면 시장의 진화 속도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결국 누가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드느냐의 경쟁이다. IoT 시장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기대에서 한 발 물러나서, 본질적인 소비자 가치에서부터 고민하는 사업자가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움말:LG경제연구소/정리:오성용 기자(osy006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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