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마음, 그리고 육체의 중도(中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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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마음, 그리고 육체의 중도(中道)
  • 오성환 기자
  • 승인 2017.10.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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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침착함, 품격과 예(禮)를 배우는 운동 ‘검도’

SPORTS/속초동방검도관

 

 

 

정신과 마음, 그리고 육체의 중도(中道)

 

태도의 침착함, 품격과 예(禮)를 배우는 운동 ‘검도’

 

 

 

우리는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를 시작으로 학교라는 울타리를 거치고,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한다. 그러면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 내에서 무수히 많은 시련과 시행착오를 겪을 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소위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를 맞이할 것이다. 강인한 멘탈을 타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죽는 그 순간까지 겪게 될 일련의 상황들에서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언제까지 ‘탈탈 털리기만’ 하는 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모두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해야 하는 필연적 인간들이다. 한 번쯤 나를 돌아보고, 다스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시급한 때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 라는 존재를 알아가는 시간과 과정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미술학원과 피아노 학원을 다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부모는 우리에게 왜 그런 활동들을 시켜왔을까. 미술과 피아노. 그것들은 단순히 취미활동 정도에 지나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를 치게 되면 양 손을 모두 사용함으로써 좌뇌와 우뇌의 발달에 크게 기여를 한다. 또한 미술이라는 것은 창의성을 길러주게끔 한다는 것을 부모들은 은연중에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것들은 아주 중요하게 작용이 된다. 그러나 접하기 쉬운 그것들에 비해 부모들이 잘 모르는 활동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검도’ 라는 것. 어린 시절 검도를 배운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인생에 많은 작용들을 이끌어 내는지 잘 몰랐을 것이다. 검도를 한다는 것은 이렇다.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양 손을 쓰게 하고, 미술에서 배우게 되는 창의성만큼이나 순간적 판단을 바로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불어 집중력 향상, 적극성, 용기, 자제심, 관용, 인내심을 양성하게 한다. 예와 도를 몸에 익히도록 하며, 상대방을 배려 할 줄 아는 강인한 정신력까지 갖추게 되는 것. 검도를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이것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검도는 한 번하게 되면 평생 검도가 된다. 검도라는 것이 운동의 중독성을 느끼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다리에 힘을 기르는 운동이 중요한데, 검도는 정신수련과 함께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이성근 관장은 말한다. 현재 이 관장은 강원도 속초에서 ‘동방검도관’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 시절 그는 중ㆍ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시절에는 국가 상비군이었고, 개인 우승과 단체 우승을 수차례 이끌어 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무도인의 길을 걸어가려 했던 그가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떠밀려 다른 평범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된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나 5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다시 죽도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다시금 검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는 현재 동방검도관의 관장으로서 아이들도 가르치지만, 성인들이 더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한다. 점점 활성화가 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 성인들은 사회체육으로서 검도를 배우게 된다. 선수를 할 것이 아니고 본인의 건강이나 기타 여러 가지를 위해서 검도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서 훈련을 하다 보니, 어느덧 강원도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검도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단원들도 많이 오고, 서울에서 배우러 오는 단원들도 있으며, 군인들까지 배우러 오고 있다고.

 

개인의 수련으로 자신을 갈고 닦아 정상에 서는 것

 

제 아무리 어린 시절 날고 기던 실력은 세월 앞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35년 만에 다시 검도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결정을 아니었을 터. 시련의 과정들을 그는 어떻게 이겨냈을까.

“처음에 다시 시작할 때는 후배들과 운동을 하는데, 체력적으로 한계를 많이 느껴 처음에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또한 검도는 발로 밀어주는 운동인데, 다리가 힘이 빠지다 보니 처음에는 다리가 풀리기도 하여 힘들었다. 하지만 운동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본인만의 집념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뭐든지 본인만의 의지가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다.”

이 관장의 이런 발언은 검도가 가지고 있는 정신세계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검도라는 것이 체력적 운동임과 동시에 정신수양의 밑거름이 되는 운동이다. 예의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정신력이 강해지며, 지구력, 인내력이 매우 좋아진다. 실제로 그는 예전 산업발전 시기에 운동선수 출신으로 대기업에 들어가서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시절, 검도를 통해서 쌓았던 정신수련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일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체육에 사회인 검도대회가 있는데, 사회체육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일반인들을 위한 대회이다. 그래서 예전에 선수를 했었던 자격이 있는 사람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참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예전에 같이 운동 했던 동기와 후배들은 한 번씩 그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을 하기도 했는데, 나는 2011년 10월 35년 만에 운동을 시작하여 그 이듬해인 2012년 경기에 출전해 4회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고, 어차피 다시 시작한 운동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잡고, 일주일에 월, 수, 금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마다 수련에 매진하였다. 그 결과 다음해에 결국 나는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에 그는 전설 이었다고 한다. 시간 앞에 무너진 많은 것들을 복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개인의 수련으로 정신과 육체를 다시 잡아 35년 이라는 시간을 뚫고 다시금 정상에 서게 된 것이다.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예(禮)를 배우다

 

검도의 기본자세는 자연체로부서 시작된다. 자연체란, 검도의 겨눔세 에서 근본이 되는 몸의 자세로서 언제나 무리가 없는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는 몸의 상태를 말한다. 이 자세는 어떠한 신체상의 이동에도 또는 상대의 동작에 대해서도 민첩하고 정확하면서 자유자재로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이 자세는 일반적인 생활에서도 좋은 자세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덜미를 세우고 턱을 당겨야 하며 양어깨를 내리고, 등줄기를 펴야 한다. 허리를 세우고 하복부에 약간 힘을 주고 양 무릎을 가볍게 펴고 중심이 약간 앞으로 가도록 서야 한다. 이 관장이 얘기하는 검도를 대하는 태도에서 아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검도를 연습하는 데 주의할 점은 반드시 예의를 중히 여길 것, 바른 자세와 겨눔, 타격 방법을 연습할 것, 즉 쓸데없이 검을 휘두르지 말 것, 공격기술을 주로 하여 연습할 것, 공부와 연구에 게을리 하지 말 것, 검의 파손 등 위험 방지에 유의할 것, 호구와 복장을 단정히 할 것, 많이 맞으면서 연습할 것, 시합을 참관하는 것의 효용을 인식할 것, 준비운동 및 정리운동을 꼭 실시할 것” 등이 있다.

또한, “검도는 설 때나, 앉을 때나, 마루에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기본동작에는 전후이동(前後移動), 삼동작(三動作), 이동작(二動作), 일동작(一動作),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또 그것들의 연속동작 등이 있는데 상호대련에 들어가면 예의로 시작하여 연결동작을 습득하고, 머리치기, 허리치기, 손목치기를 숙달한 뒤에 자유대련으로 넘어가서 이때부터 여러 기술을 연마한다. 모든 과정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과 안정된 자세, 정확한 동작 등이다. 고도의 기술을 연마하게 될수록 자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검도는 한마디로 바른 자세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운동이다. 힘과 기술도 자세를 바탕으로 연마되어야 한다.” 고 얘기한다. 실제로 그는 검도가 생활에서, 그리고 나이를 들면서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를 거듭 강조한다.

“검도는 겉으로 보기에는 표가 잘 나지 않는다. 칼의 빠르기가 0.009초 사이에서 0.001초 사이다. 칼의 빠르기는 손아귀에서 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처음 시작할 때는 손마디 마디가 아파왔다. 운전만 하던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고. 그러나 꾸준히 수련을 하다 보니 앉아서 일어나지도 못했던 다리가, 계단을 내려가기조차 힘들었던 다리가,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러면서 그는 복지관에서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검도를 무료로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한다.

 

불교의 수파리(守破離) 이론을 검도에서

 

초보자가 검도를 배울 시 100명이 시작해서 1명이 남는다. 그 정도로 검도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운동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여성분들은 처음에 겁을 내기도 한다. 검도는 입고만 있어도 땀을 흘리는 도복을 입고, 호구(3.5~4㎏)를 착용하고, 510g이 넘는 죽도를 들고 때리는 운동이다.

그렇다면 이 관장은 초보자들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하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고단자라도 얼마만큼의 이론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 운동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배우는 사람도 각자의 이해력과 신체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습득하는 기간에도 차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각각 사람에 맞게 훈련을 시킬 줄 알아야 한다. 말했다시피, 검도는 중도 포기가 많은 운동이다. 그래서 초보자를 훈련 시 예를 갖춰야 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알려주고, 흥미를 잃지 않게끔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초반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처음 배울 시, 기본기를 할 때는 매번 계속 다듬어줘 가면서 수련을 한다. 검도에는 수파리라는 것이 있는데,

수단계일 때는 가르침을 지킨다는 의미로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정해진 원칙과 기본을 충실하게 익히는 단계이고, 파단계는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틀을 깨고 자신의 개성과 능력에 의존하여 독창적인 체계를 창조해가는 단계이고, 리단계에 가면 파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그 수행이 무의식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단계 그때는 흔한 말로 하산하라가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홀로 매일 수련을 하며, 나를 닦고, 심신을 정리하며, 나와의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리단계가 되면 비로소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에게 검도를 많이 권하고 싶다. 힘들고 어렵지만, 검도는 평생운동이 될 것이고, 나를 다스릴 수 있게 하는 운동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검도를 했으면 한다. 배려와 예를 중시하는 운동인 검도는 서로 검을 겨누고 있지만, 상대를 해하려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 상대를 살리기 위해 하는 운동이다. 운동량도 많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는 검도.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검도를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한마디에서 검도란 단순한 체육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정신을 수양하고 나를 다스릴 수 있게 하는 것. 인내 할 줄 알며, 배려할 줄 아는 것. 그것은 불교의 승려가 끊임없이 자신을 수련하는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바쁘고 각박한 세상에서 내 안의 중도(中道)를 찾아 줄 검도가 활성화되고, 그 일에 앞장서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동방검도관 이성근 관장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취재 속초양양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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